중미(中美) 빈국 온두라스에서 지난 6월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국외 추방된 미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이 21일 극비 귀국하면서 온두라스 정국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셀라야 전 대통령은 군부정권의 체포 경고를 무시한 채 비공개경로를 통해 수도 테구시갈파 주재 브라질대사관 잠입에 성공했다. 셀라야는 잠입 직후인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자들은 즉시 브라질대사관으로 모여 평화시위를 열라"고 촉구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셀라야의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귀국설은 거짓정보"라고 주장하던 로베르토 미첼리티 대통령은 셀라야의 출현에 당황해 테구시갈파에 22일 오후6시까지 26시간 통행금지를 선포했다.
통금과 함께 테구시갈파로 통하는 고속도로를 차단하는 조치에도 셀라야 지지자들은 속속 브라질대사관 주변으로 모여들어 "우린 할 수 있다"는 구호를 외쳤으며, 시위대 규모는 순식간에 수 천명으로 늘었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머물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셀라야와 군부정권의 즉각 대화를 촉구하면서 "11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다면 온두라스의 헌정질서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셀라야의 즉각 복귀가 실현되면, 현정권이 추진중인 대선을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지난 4일 "셀라야 축출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진다면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전통적 친미국가인 온두라스에서 높은 대중적 인기를 업고 정권을 잡은 반미성향의 셀라야 대통령은 임기연장을 기도하다 지난 6월28일 군부 쿠데타로 추방됐으며 미국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은 군부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셀라야 복귀를 촉구해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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