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주재로 시작된 사상 최대규모의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선 중국의 전향적 태도와 미국의 미온적 태도가 엇갈렸다. 하지만 각각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20%씩을 점유하는 미ㆍ중 양국 정상의 연설은 당초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어서 연말까지 새로운 국제 기후협약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에 암운을 던졌다.
중국 아쉽지만 전향적 태도
정상회담 첫날 가장 주목 받았던 연사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었다. 중국 언론이 획기적 제안 가능성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 주석은 반기문 유엔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에 이어 연단에 올라 "중국은 2020년까지 탄소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과 비교해 놀라울 만큼 감축하겠다"며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은 탄소배출 감축량을 경제성장률에 따라 연동하겠다"며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환경 못지않게 경제성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후주석의 연설은 기후변화 관련 논의에 있어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21일 "알맹이와 관계 없이 후주석이 유엔 총회에서 기후에 관해 연설한다는 자체가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우선 과제로 떠오르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중국은 비난에서 벗어나 기후 협약에 주도권을 쥘 자세"라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유엔연설에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던 조지 W 부시 정권과 달리 지구온난화 해결에 적극성을 보여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결심했다"며 "하지만 연말까지 새로운 국제기후협약이 도출되기 까지는 아직 어려운 협상과정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개발도상국들도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만큼 감출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중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협상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기후협약을 주도하는) 유럽연합(EU)은 지금껏 중국과 인도가 근본적 문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더 큰 문제는 미국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하원을 통과한 기후 관련 법안은 2005년 수준에서 17% 감축을 내용으로 한다. 게다가 미 상원은 건강보험 문제에만 매달린 채 기후 법안에는 관심이 없는 상태다. 지난주 해리 리드 미 민주당 상원 원내 대표는 "기후 관련 법안 표결을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발언했다.
감축목표 조율은 먼 일
이번 회의는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각국의 이견을 조율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실질적인 합의 도출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반기문 총장도 이를 의식해 22일 기후변화 정상회의 개막연설에서 "올해안에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 타결에 실패한다면 이는 도덕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경제적으로는 근시안적 처사이고, 정치적으로도 현명치 못한 행위"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하지만 감축 목표를 둘러싼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EU는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에서 20% 감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인도 등은 선진국이 야기한 지구온난화의 책임을 개발도상국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감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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