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연중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하이라이트 격인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은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 하다'는 뜻의'여민해락(與民偕樂)'. 순종 황제가 1909년 11월 1일 창경궁에 제실박물관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소장품을 공개하면서 시작된 한국 근대 박물관의 역사를 함축한 문구다.
한국 박물관 1세기를 기념하는 전시인 만큼,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귀한 문화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 박물관 100년의 여정과 꿈'이라는 주제의 1부에서는 한국 박물관의 역사를 품은 유물 120여점이 전시되고, 2부 '박물관에 간직된 찬란한 우리 문화'에서는 해외로 반출된 국보급 문화재를 비롯한 30여점이 특별 공개된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역시 조선 전기 회화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다. 일본 덴리대(天理大)가 소장하고 있는 이 걸작이 1996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조선 전기 국보전' 이후 13년 만에 고국 나들이를 한다는 소식은 올해 초부터 화제였다.
13년 만의 만남이건만, 아쉽게도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단 9일뿐이다. 덴리대 측의 장기 대여 불가 방침으로 10월 7일까지만 전시장에 걸리고 일본으로 되돌아간다.
'몽유도원도'는 안견이 1447년 안평대군에게서 꿈에서 본 도원 이야기를 듣고 사흘 만에 그린 작품으로, 일본의 국보로 지정돼 있다. 1453년 계유정란 이후 사라졌다가 1893년 일본 가고시마에서 발견됐으며, 이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1950년대 초 덴리대가 구입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한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일본 이외 지역의 고려 불화로는 최초로 국내에 들어온다. 비단 바탕에 천연 안료와 금을 사용해 관세음보살과 공양자들의 모습을 그렸다.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금동주전자와 받침대는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뛰어난 조형미와 제작기법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박물관 수장고에 있었으나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국보급 유물도 여럿 만날 수 있다. 국보 207호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는 말의 안장에 늘어뜨리는 장니에 그려진 말 그림으로, 신라 회화 중 거의 유일한 작품이다. 워낙 손상 위험이 커서 1973년 천마총에서 발견된 후 딱 두 차례만 제한적 관람이 이뤄진 게 전부다.
박물관사 관련 전시품 중 12세기 후반 유물인 '청자상감포도동자문동채주자(靑磁象嵌葡陶童子文銅彩注子)'는 제실박물관의 첫 수집품으로, 1908년 당시 거금인 950원을 주고 일본인 골동상에게서 구입한 것이다.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해례본'(국보 70호)도 박물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물로 이번 전시에 나온다.
각종 행사는 100주년 기념일인 11월 1일에 집중됐다. 창경궁에서 100주년 고유제를 지내고, 국립중앙박물관 내 설치된 100주년 상징물인 청자기와 정자의 제막식이 열린다. 2일에는 100주년 기념식, 3일에는 세계 주요 박물관장들이 참여하는 국제포럼이 이어진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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