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 또다시 거액의 기부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재미사업가이다.
KAIST는 하와이에서 종합건설 엔지니어링 회사 AMKORE A&E사를 경영하는 김창원(82) 회장이 23일 KAIST를 방문, 학교발전기금으로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탁한다고 22일 밝혔다.
김 회장은 미국 교포사회에서는 '도널드 김'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원로이다. 2003년 미주한인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장을 맡은 그는 기념재단 설립을 위해 미국 한인사회에서 '3달러 모으기 운동'을 펼쳤고, 이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그가 교민사회에 내놓은 기부금도 1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선친은 1903년 1월13일 호놀룰루 항에 도착한 최초의 한인 하와이 이민자 가운데 한 명으로, 하와이에서 사업에 성공한 뒤 한국으로 금의환향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하와이대 대학원에서 유학했다. 졸업 후 하와이에서 가장 큰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인 R.M.토윌사에 스카우트됐고, 20년 만에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에까지 올랐다.
호놀룰루 국제공항의 활주로부터 오아후섬 최대의 오수처리장까지 하와이의 대형 건설사업은 거의 다 그의 손을 거쳤다. 2000년 이 회사에서 물러난 그는 AMKORE A&E를 창업, 한국과 하와이를 오가며 활발히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KAIST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 그러나 미국 생활을 오래한 서남표 총장과의 개인적인 교분으로 KAIST 총장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KAIST 관계자는 "공학도 출신인 김 회장께서 KAIST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키우려는 서 총장의 의지에 감동해 발전기금을 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KAIST에 거액의 기부가 줄을 이으며 서 총장의 리더십도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김병호(68) 서전농원 대표가 300억원을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류근철(83) 한의학박사가 578억원을 쾌척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학교에 따르면 2005년 7억7,900만원이던 연간 기부액이 서 총장이 취임한 2006년에 52억1,000만원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고, 이후 2007년 162억9,000만원, 2008년 667억원으로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360억원을 넘어섰다.
류 박사와 김 대표 등 거액의 기부자들은 서 총장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하지만 이들은 "KAIST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고,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부 이유를 밝히면서도 "자신의 수상금과 강연료 등을 학교에 모두 기부하는 서 총장의 솔선수범과 개혁의지를 믿기 때문"이란 이유를 빼놓지 않았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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