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가 생각하는 '포괄적 패키지'는 이명박 대통령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밝힌 '일괄타결'이나 '그랜드 바겐'과는 개념이 다르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7월 "북한이 핵폐기와 관련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한다면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포괄적 패키지에는 북한의 체제보장과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ㆍ에너지 지원,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까지 포함된다는 게 중론이다.
미 행정부는 북핵 폐기와 보상을 한꺼번에 맞바꾸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협상 방식, 즉 핵 폐기에 이르기까지 잘게 썰어 진행돼 왔던 복잡한 단계를 벗어나 '협상을 포괄적으로 한다'는 뜻으로 '포괄적 패키지'를 제시하고 있다. 북핵 뿐 아니라 미사일, 인권, 북일ㆍ남북관계 등 그림을 크게 그리는 일종의 '포괄적 접근법(comprehensive approach)'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을 총괄한 프랭크 자누지 상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은 이달 초 "'포괄적 접근'은 그랜드 바겐이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이는 북미간 모든 현안이 포함되는 '다면적(multi-faceted)'협상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이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먹으면 오히려 죽을 수 있다"며 "북한은 일부에서 말하는 '패키지 딜'이나 '그랜드 바겐'을 받을 만한 상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최근 "포괄적 패키지는 비핵화에 따른 보상을 북한에 보다 분명히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포괄적으로 방안을 제시한다는 것과 포괄적으로 이행한다는 것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포괄적 패키지를 협상과정이 아닌 '결과물의 주고받기'식으로만 해석한다면 북핵 폐기를 위한 미국과의 조율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일본과 중국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 제안에 즉각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제안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시즈오카(靜岡)현립대 교수는 '그랜드 바겐' 제안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즈미 교수는 "이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핵폐기를 결단하면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발언은 지원 부분이 핵심 부분 폐기와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여 조건이 훨씬 엄격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런민(人民)대 스인홍(時殷弘) 교수도 "'그랜드 바겐'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데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미국과의 양자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이 이 같은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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