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성무의 선비이야기'라는 칼럼을 쓰기로 했다. 그러면 먼저 '선비'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국어사전에는 선비를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 '학문을 닦는 사람' '학식이 있되 인격이 고결하고 근엄ㆍ강직한 사람'이라고 개념규정하고 있다.
선비는 한자로 '士'이다. 한석봉(韓石奉)의 <천자문> 에 '사'는 '선배(先輩) 사'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사'의 뜻은 같지 않았다. 선진(先秦) 시대에는 '전사 사'라고 했고, 전국시대에는 '임협(任俠)사', 당ㆍ송시대에는 '조사(朝士) 사' '문사(文士) 사'로 쓰였다. 한국에서도 삼국시대에는 '군사 사', 고려시대에서 15세기까지는 '조사 사'ㆍ'문사 사', 16세기 이후 사림의 시대에는 '선배 사'로 쓰였다. 천자문>
선진시대에는 천자ㆍ제후ㆍ경ㆍ대부ㆍ사의 봉건적 위계 하에서 대부와 사는 제후의 가신이나 전사를 의미했다. 그러나 전국시대에 이르면 '문학유세지사(文學遊說之士)'ㆍ'임협지사(任俠之士)'가 새로운 사인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당대에 이르면 문관귀족을 지칭하는 '문사'라는 명칭이 널리 쓰였다.
그리고 송대에는 양자강 남쪽이 개발되면서 신흥 중소지주들이 대두해 '사대부'층이 형성되었는데, 여기에는 문ㆍ무관 뿐만 아니라 유교교양을 갖춘 독서인층까지 포함시켰다. 이 '독서인'층이 조선의 선비에 해당한다. 선비는 유교교양을 먼저 갖춘 '선배'라는 용어에서 유래했다.
선비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주역> 의 '경이직내(敬以直內)', '의이방외(義以方外)'로 집약된다. 퇴계의 '거경궁리(居敬窮理)', 남명의 '내명자경(內明者敬)', '외단자의(外斷者義)'도 마찬가지다. 안으로 경(敬)을 통해 마음을 수양하고, 밖으로 의로운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역>
성리학에서는 하늘의 천리(天理)가 사람에게 품부된 것을 성(性)이라 한다. 성은 본래 착한 것인데 인욕에 가려 악해질 수도 있으니, 경을 통해 사욕을 제거해 본래의 착한 마음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존천리(存天理), 알인욕(謁人欲)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선비는 우선적으로 경을 해야 한다. 경이란 자기수양이다. 불교의 선(禪)이나 정좌(靜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스스로 수양해 나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道)를 실현해야 한다.
그러니 선비는 도학을 연구하는 지식인으로서 인격이 고결해야 하고 청렴결백, 근엄강직해야 하며, 예의염치를 지켜야 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나라에 충성해야 하고, 의로운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러한 선비정신이 살아있을 때 나라가 다스려지고, 그렇지 않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조선왕조가 500년 동안 유지된 것도 조선 사대부들의 선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척세도정치로 이러한 선비정신이 무너지자 나라가 망하고 만 것이다.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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