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기업들은 고철이나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오염물질을 적지 않게 배출한다. 경제발전의 필수산업이지만, '녹색 성장'을 가로막은 업종이라는 인식이 이래서 나온다. 6조원 가까이 투입한 일관제철소를 내년 첫 가동하는 현대제철이 'A부터 Z까지'환경친화적 경영활동에 주안점을 두는 이유다.
오염 없는 환경제철소 눈 앞에
현대제철은 이미 알려진 대로 일관제철소에 세계 최초로 밀폐형 원료 처리 시설을 도입해, 이달부터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기존 제철소에서는 부두로 들여온 원료(철광석, 유연탄)를 야외에 쌓아놓기 때문에 바람에 원료 가루가 날려 주위를 오염시켰는데,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친환경 시설은 이 뿐만이 아니다. 철강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와 오ㆍ폐수를 최적의 환경기술로 처리함으로써 원료 저장에서부터 제품 생산 후 폐기물질 처리까지 완벽한 친환경 제철소를 구축한다는 게 현대제철의 '그린 경영' 계획이다.
배기가스 처리의 경우 TMS(Tele-Monitoring Systemㆍ굴뚝자동측정장치) 설비가 핵심이다. 배기가스는 철광석을 녹이는 고로(용광로) 공정, 그리고 철광석과 유연탄이 고로에서 잘 섞일 수 있도록 가루형태 원료를 덩어리 모양으로 만드는 전처리(소결ㆍ코크스) 공정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TMS 시스템을 통해 상시 감사하게 된다.
특히, 철광석을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소결 공정에서 각종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한다. 여기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전기집진기로 제거한다. 가스형태 오염물질인 황산화물은 수산화칼슘을 섞어 여과집진기로 1차 제거를 실시한 후, 2단 활성탄 흡착설비를 이용해 황산화물, 질산화물,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처리한다. 2단 활성탄 흡착설비는 독일 최신 기술을 적용해, 법적 규제치보다 훨씬 낮은 농도의 배기가스를 방출하게 된다.
오폐수 처리도 빼놓은 수 없는 항목이다. 오폐수는 화학 반응조와 생물학 반응조 등을 통해 사전에 처리과정을 거친 뒤, 활성탄 흡착설비 등을 통과하게 함으로써 재이용율을 최대화했다. 또 고도처리를 통해 오염물질이 제거된 물을 해안선에서 300m 떨어진 해저에서 확산ㆍ방류하는 방식을 채택해 해양오염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재활용 효율 높여 친환경 앞선다
제철소에는 초대형 공장이 한꺼번에 가동되다 보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하지만, 공장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자원들이 발생한다. 잘 활용하면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전력 등 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주요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가스와 열기를 최대한 수집해 자체 발전소를 가동하는 동력으로 활용하거나 기체를 데우는 데 사용한다. 특히, 고로와 코크스, 제강 설비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부생(副生)가스를 활용할 수 있다. 그 양은 연간 제철소 전력 소모량의 80% 이르는 350만㎿(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화력발전소에서 350만㎿ 생산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려면 연간 113만톤에 달하는 석탄이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332만 환산톤수 규모의 이산화탄소)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결국, 부생가스를 발전에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일관제철소 주요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거의 100% 재활용하게 된다. 고로 및 제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 부산물은 시멘트, 골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은 "이번 일관제철소 건설은 세계 최초의 자원 순환형 그룹 탄생이라는 측면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런 자원순환형 사업구조 구축을 계기로 현대기아차그룹은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친환경그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