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드라마 MBC '맨땅에 헤딩'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MBC '트리플'과 야구 이야기를 그린 MBC '2009 외인구단'도 시청률 참패로 막을 내려 스포츠 드라마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시작된 '맨땅에 헤딩'은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도 천방지축 날뛰는 축구 선수와, 그를 최고의 프로 선수로 키워내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이야기를 그린 수, 목 드라마로 지난주 5% 대 시청률을 기록, 전체 TV 프로그램 순위 140위(AGB닐슨 기준)에 그쳤다.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를 내세웠지만, 축구가 등장인물들의 성공, 좌절, 애환 등의 과정을 극대화, 감동을 전하기 보다 주변인의 사랑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진정한 축구 드라마를 기대했던 시청자에게는 또 한편의 '그저 그런' 트렌디 드라마로 보일 뿐이다.
올해 방송된 '트리플'과 '2009 외인구단'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종영됐다. '트리플'은 김연아 선수의 인기와 피겨에 대한 국민의 관심 때문에 주목을 받았으나 등장인물의 도전정신 및 성취가 아니라 현실감 떨어지는 멜로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공감을 얻지 못하고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2009 외인구단' 역시 야구 선수들의 애환과 경기 장면 등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최근 스포츠 드라마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감동, 화려한 영상미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누구나 공감하는 소재이지만, 정작 드라마에서는 스포츠와 트렌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 등장인물들의 관계설정이 어정쩡해지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스포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핸드볼 선수들의 애환을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스키점프 선수들의 땀과 열정을 그린 '국가대표' 등에서 출연자들은 리얼한 경기 장면을 위해 촬영 전 최소 몇 개월간 피나는 연습과 합숙생활을 거쳤다.
운동에 몰두하는 이들의 모습은 최첨단 영상기법과 어우러져 고스란히 스크린에 반영됐고 관객을 흡족하게 했다.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 그들이 겪은 설움, 좌절 그리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도전정신이 진한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가 관객의 감성에 호소, 인기를 누린 반면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촬영기간 등에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영화 출연진과 달리, 드라마 출연자들은 캐릭터를 연구하고 해당 종목을 익히는데 시간이 부족해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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