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단체 상급 조직원으로부터 속칭 '줄빠따'를 얻어맞고 "입 단속 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을 범죄단체의 '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군기 잡기'에 나선 조직 선배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선배들의 입 단속 훈계에 따라 조직의 유지ㆍ강화를 위한 활동을 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범죄단체 구성ㆍ활동)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죄단체 활동 조항에서 '활동'은 추상적ㆍ포괄적인 면이 있어 헌법이 보장하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상위 구성원에게 폭행을 당한 것에 불과할 뿐 범죄단체의 존속ㆍ유지에 기여하기 위한 행위를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범죄단체 상위 구성원으로부터 모임에 참가하라는 지시를 받고 소극적으로 응한 경우나, 구성원끼리 사적이고 의례적인 회식ㆍ경조사 등을 개최하거나 참석하는 경우 등은 '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6년 10월 A씨와 B씨가 속한 충북 청주의 폭력조직 간부들은 하극상 움직임을 보이는 후배들을 불러모아 야구방망이로 허벅지를 때리는 '줄빠따'를 치고 이 사실을 조직 밖으로 알리지 말도록 지시했다. 조직원들을 범죄단체 구성ㆍ활동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이 부분도 '범죄단체의 유지ㆍ강화를 위한 활동'이라고 간주해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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