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당초 국민의 시선에서 소외된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여성부 같은 작은 부처의 청문회는 후보자에게 좀 흠이 있어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게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사에서 이 부처를 담당하는 생활과학부의 부장이라는 필자의 객관적 조건과 여성계나 정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그를 면밀히 관찰해 보고 싶다는 주관적 관심 때문에 TV 생중계를 지켜보기로 했다.
청문회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는 프로야구 '마이너 리그'경기를 관람하는 것처럼 몰입도가 현저히 낮았다. 그러나 백 후보자는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부정적 의미에서)이 있었다. 답변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어라' '저런' '이건 아닌데' 하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신문들은 그의 청문회 기사를 엄청 키웠다. 졸지에 '메이저리그'경기가 돼 버린 것이다.
그의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의 병역 처분 문제는 해명이 잘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그가 투기로 돈을 번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시세가 조금 더 됐으면(올랐으면) 한다"고 황당한 얘기를 한 것이나, 아들의 병역 처분이 공익근무로 바뀐 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진료기록서를 제출해 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해서는 여권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백 후보자가 필자를 매료(?)시켰던 부분은 이게 아니었다. 바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한 그의 답변이었다. 여성 단체들은 백 후보자가 내정되자 마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여성 문제를 전공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된 경험도 일천해 여성부 장관으로서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반대 성명을 냈고, 청문회가 벌어진 이날은 국회에서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백 후보자는 전문성 문제가 나오자 "전문직과 육아, 가사를 병행하면서 여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전문직과 육아, 가사를 병행하는 대한민국 여성은 누구나 여성부 장관 자격이 있다는 말인지 의아했다. 대한민국의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상식 수준의 문제 의식과 지식으로 여성부 장관을 하겠다는 말 아닌가.
이런 반론을 예상했는지 그는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고 덧붙였는데 이 단체에서의 활동이 과연 여성 문제 전반에 대한 그의 지평을 얼마나 넓혀 줬는지 의문이다. 이 단체는 여성과학기술자로 구성돼 있어 다루는 주제가 특수성과 일면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청문회에서 여성부 업무와 관련된 의원들의 초보적 질문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여성부 소관 5개 법률의 내용을 알고 있냐고 묻자 그는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야당은 21일 그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청했다. 물론 청와대나, 한나라당이나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관에 취임한 그가 여성 문제 공부하느라 세월 다 보내고, 하는 일마다 헤맨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겠는가.
이은호 생활과학부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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