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국회청문회에서 세종시 건설 문제에 대해 행정적 비효율성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족기능을 확충한 도시로 만들고, 충청지역에 불리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언뜻 모순 같지만 꼭 그리 볼 것만도 아니다. 행정적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는 수없이 제기된 만큼 경제학자인 정 후보자의 개인적 생각으로서는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야당 일각에서 정 후보자가 청와대나 여당과의 사전교감을 거쳐 이른바 '악역'을 자임하고 나섰으리라는 의심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는 개연성이 높지 않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당내의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가 일관된 입장이라고 거듭 확인한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안 대표가 지적했듯, "개인의 소신과 총리로 취임하고 난 뒤의 정책 실행은 별개 문제"라고 본다. 최대한 자족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건설하겠다는 정 후보자의 다짐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시 건설이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처음부터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정기능의 지역적 분산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뒤늦게 행정 효율성을 잣대로 들이댈 수는 없다. 더욱이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부를 이끌어야 하는 총리라면, 그런 잣대를 뛰어넘어 더 넓고 다양한 각도에서 현안의 전체상을 파악해야 한다. 불필요한 논란에 정치권과 사회가 휘말림으로써 지불해야 하는 정치ㆍ사회적 비용까지도 고려할 수 있어야 총리라는 중책에 걸맞은 인식에 이르렀다고 볼 것이다.
세종시의 '자족 기능 확대' 언급을 원안 수정이나 파기로만 볼 일이 아니다.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R&D) 중심 도시를 대안으로 드는 사람이 많지만, 도시의 자족기능 확보에서 행정기관의 이동이 얼마나 영향력이 강한지는 인근 대전의 신도심 개발 사례를 보면 알기 쉽다. 대덕연구단지가 수십 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정부 제2청사가 단기간에 이뤄냈다.
따라서 지금부터 진정으로 매달려야 할 것은 찬반 논란이 아니라 '유령도시'등의 우려를 씻을 방법론이고, 그 출발점은 역시 지도자의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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