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강력한 매수세로 코스피지수가 1,700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단기 과열' 국면 진입을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승 탄력으로 당분간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개별 투자자도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잇따르는 과열 메시지
대우증권은 21일 내놓은 분석자료에서 증시가 과열 국면에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장부상의 주당 자산 가치와 실제 주가의 비율인 '주가 순자산 비율(PBR)'이 주가 상승으로 최근 1.34배까지 올랐는데, 이는 단기과열 구간(PBR 평균+1σ(표준편차))'의 입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증권사는 "PBR이 평균에서 1σ 이상 높아지면 펀더멘털에 의한 상승이 아니라 유동성 때문에 증시가 올라가는 '머니 게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동양종금증권도 과열 국면 진입을 인정하고 있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이 1980년 개발한 'H-P필터'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최근 주가 흐름이 장기상승 추세를 크게 웃도는 등 과열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과열이라도 주가는 더 오른다
두 증권사 모두 과열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주가는 오른다는 입장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지수가 과열권에 들어갔다는 게 하락의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증권사는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에는 1,870까지 지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도 "외국인 유동성 중심의 머니게임 국면이 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99년 이후의 머니게임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보험 증권 은행 등 금융주와 철강, 전기전자 관련 종목의 강세를 예상했다.
한양증권은 달러 약세기조와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외국인 자금의 추가 유입 가능성을 예상하며, 은행, 건설 등 내수 업종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실물경제와 연관성이 높은 철강, 기계 등 굴뚝주 및 내수 관련주를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추세 전환을 알려 줄 두 가지 신호
그렇다면 증시의 불안한 확장국면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대우증권은 향후 원ㆍ달러 환율 1,150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그 해답을 쥐고 있다는 입장이다.
원ㆍ달러 환율 1,150원의 경우 이 부근에서 과거 외국인이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외국인들은 환율이 1,150원 이하로 내려가면 순매도로 돌아섰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100포인트를 돌파하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선진국 경제가 정상 국면에 진입해 7월말 현재 98.7인 이 지수가 100선을 넘는 순간,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이 떨어진 한국에서 외국인이 발을 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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