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때 체결한 약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부업체가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에 대해 민사상 책임 추궁을 넘어 형사 고소를 남발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정원 부장판사는 대부업체와 맺은 약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임모(2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약정을 이행하지 않은 것만으로 대부업체를 속였다고는 볼 수 없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에게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넘어 (형사상) 사기죄에 이를 정도의 기망(欺罔)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임씨는 이미 1,200만원의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대부업체 리드코프로부터 연 42%의 이자로 600만원을 대출받았다. 임씨는 대출 당시 다른 대부업체에서 연 49%의 이자로 빌린 600만원을 상환하기로 약정을 체결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못했고 대출 이자도 연체했다. 그러자 대부업체는 임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임씨를 기소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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