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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유럽 MD 폐기 결정 속내는 "러시아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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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유럽 MD 폐기 결정 속내는 "러시아가 필요해"

입력
2009.09.2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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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정부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계획 폐기 결정은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함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MD계획 폐기 배경으로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조지 W 부시 정부는 이란이 빠르면 2012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오바마 정부는 이란이 ▦ 핵탄두 장착 가능한 장거리미사일 개발에는 3~5년이 더 걸리고 ▦ 현재 단ㆍ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미국이 동유럽에서 세력 확장을 위해 MD를 추진한다'고 비난해 온 러시아를 배려한 '러시아 꼬시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AFP통신은 "미국은 현재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적었다. 실제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이란 핵 관련 다자 회담에서 모스크바의 도움은 결정적이다. 한마디로 이란의 최대 교역국인 러시아가 협상의 유일한 지렛대라 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대체할 협정 체결에도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다. 게다가 러시아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쟁 물자의 보급 통로 역할도 하고 있다.

폐기 계획의 발표 시점도 러시아 눈치보기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주 유엔총회 및 주요20개국 정상회담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미 정부는 MD 폐기와 러시아는 무관하다고 역설한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란의 미사일 역량에 대한 재평가 때문이며 러시아 눈치보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MD계획 폐기 발표는 러시아의 위협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던 동유럽 국가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다. 특히 17일로 소련 침공 90주년을 맞는 폴란드의 상실감은 상상 이상이다. 미국은 폴란드에 MD 대신 지대공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를 약속했지만 체코에는 통보에 가까운 결정을 전달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프라하의 친미파 정치인은 모욕을 당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적었다.

문제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느냐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7일 "이란 문제는 포괄적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해 미국에 대한 협조를 시사했다. 하지만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호에서 "러시아는 고조되는 이란의 핵위기 덕분에 무기를 수출하는 등 이익을 얻고 있어 진심으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7일 미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도 핵포기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해 다음달 핵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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