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다이빙궈 국무위원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양자 및 다자 대화 참여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6자 회담을 완강하게 거부해온 북한이 회담 복귀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최근 6자 회담 재개 전 북한과 양자 대화 불가라는 입장에서 선회, 조만간 북한과의 양자 대화 일정을 잡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및 2차 핵실험과 이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로 위기를 맞았던 북핵 문제가 바야흐로 중대한 전환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물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한 김 위원장 발언의 정확한 내용과 진의가 파악되기까지는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 '6자 회담' 대신 '다자 대화'라는 표현을 쓴 것도 다양한 복선을 깔고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보다 분명한 흐름은 내달로 예상되는 북미 양자 대화와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 등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흐름으로 미뤄 북핵 문제는 전반적으로 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전후 맥락을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어떤 의도와 조건을 내걸고 있는지 확인한 이후에 판단하겠다는 입장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북핵 국면의 대전환 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ㆍ수동적으로 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통미봉남에 대한 우려로 북미관계 진전에 경계심을 풀지 않는 모습도 보이는 것도 소심하고 수세적 자세다.
지금은 제3차 북핵 위기 후 새로운 대화와 문제 해결의 틀이 모색되는 단계다. 우리 정부도 주도적 선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일단 판이 짜인 뒤 참여하게 되면 우리는 당사자임에도 한반도 문제에 제3자적 지위에 머물게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유엔총회와 피츠버그 G20금융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어제 출국한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은 북핵 문제의 새 국면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보다 주도적, 적극적 방향으로 가다듬고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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