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태영 국방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18일)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북한 황강댐이) 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재방류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등 정권 핵심에서 즉각 꾸짖었다. "그렇게 솔직하게 답변하면 북한만 도와주는 꼴"이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문장은 '사실'이지만 두 번째 문장 이하는 아직 '소설'이다. 김 후보자 자신도 이 부분을 사전에 검토했었다는 국방부의 설명, 며칠 전 국방부와 청와대 등 정보당국 간에 벌어진 황강댐 수위를 둘러싼 논란 덕분에 이런 불순한 소설을 쓰게 됐다.
국방부가 말하는 이 '소설'의 전말은 조금 다르다. 우선 17일 밤 급하게 수정된 서면답변 내용은 "'8월 말 북한 지역에 비가 내린 이후 황강댐으로 물이 유입되는 것을 확인한 바는 있으나, 9월 6일 방류 당시 황강댐의 수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18일 국방부는 "북측의 여러 의도 중 하나(재방류해야 할 상황)인데 실무자들이 실수로 잘못 작성한 것"이라고 다시 해명했다. "실수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확인 후 문책"하겠다고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답변 내용을 보셨지만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신 것 같다"며 "많이 바쁘셨다"고 말했다.
정작 18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 후보자는 "(황강)댐에 예상하지 못할 만큼 꽤 많은 수량이…(있었다)"고 말했다. '재방류'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사실상 수정 전의 서면답변 내용과 별 차이가 없는 인식이다.
어떤 것이 진짜 소설인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덧붙여, 물이 꽉 차 있었다고 해도 무단 방류한 북한의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사실을 숨겨가면서까지 몸을 사릴 일은 아니다.
진성훈 정책사회부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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