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도 고소득층은 사교육비를 늘린 반면, 저소득층은 좀처럼 손대지 않던 학원비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2분기 고소득층의 학원비 지출액이 저소득층보다 8배 가량 많았다.
20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월 소득수준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학생 학원교육비 지출액은 올 2분기에 월평균 31만2,535원으로, 소득수준 하위 20%인 1분위(4만1,037원)에 비해 7.6배에 달했다. 이 배율은 작년 2분기 6.2배에서 금융위기가 터진 작년 3분기 7.2배로 상승했고 금융위기가 정점이었던 올해 1분기에는 8.5배까지 확대되기도 했으나 경기가 서서히 회복기에 들어선 2분기에도 격차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 5분위 가구의 학원교육비 지출액은 1년 전(지난해 2분기)과 비교해 9.9% 늘어난 반면, 1분위 가구는 오히려 9.9% 줄어 들었다. 부유층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자녀 사교육비를 늘린 반면, 저소득층은 생활고로 인해 아이들 학원비를 줄인 것이다.
문화 생활과 관련된 서적 지출비에서도 두 계층은 큰 차이를 보였다. 5분위의 서적 지출비는 올 2분기중 월평균 3만2,741원으로 작년 2분기(2만6,700원)보다 22.6% 늘어난 데 비해 1분위는 7,292원에서 6,264원으로 14.1% 줄었다. 이에 따라 서적지출 배율은 작년 2분기 3.7배에서 올 2분기 5.2배로 크게 확대됐다.
이 같은 차이는 경기 회복기에 들어서면서 고소득층의 지출여력은 빠르게 회복된 반면, 저소득층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매분기 발표하는 소비자태조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만 해도 교육비 지출을 늘리겠다는 응답자 비율은 연소득 1,000만원 이하 계층이 12.6%였고, 5,000만원 초과 계층은 27.6%로 나타났다. 하지만 3분기 조사에서는 1,000만원 이하 계층은 12.1%로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5,000만원 초과 계층에서는 44.5%로 크게 늘면서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졌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부자들의 여윳돈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진 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이 같은 격차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계층간 기회의 차이가 대물림될 수도 있다"며 "누진세를 강화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를 막아 소득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