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가구 디자이너 겸 건축가인 장 프루베(1901~1984)는 조형미와 실용성을 겸비한 디자인으로 가구 디자인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각가 아버지를 둔 프루베는 금속세공으로 출발, 건축과 가구 디자인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 그는 "가구의 건축이나 주택의 건축이나 다를 것은 없다"는 철학 아래 단순하고 기능적인 가구들을 디자인했다.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등이 프루베 작품의 열성적인 컬렉터들이고, 2005년 한 경매에서는 그의 테이블이 27만3,600달러(약 3억3,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장 프루베의 디자인 철학을 조명하는'20세기 프랑스 실용주의 디자인의 중심, 장 프루베의 회고전'이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25주기를 기념한 전시로, 독일 비트라디자인미술관의 소장품을 빌려왔다.
의자와 테이블 등 프루베가 만든 오리지널 가구를 비롯해 드로잉, 건축 모형, 사진 등이 90여점이 전시된다.
비트라디자인미술관의 알렉산더 폰 베게작 관장은 "프루베는 수공업 시대에서 산업사회의 대량생산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던 인물"이라며 "디자인부터 최종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관할했다는 점에서 다른 디자이너들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2층에 있는 의자 '그랑 르포'는 1930년에 제작된 초기작으로, 추정 가격이 무려 100만 유로(약 17억원)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 제작된 이 의자는 실용성과 구조적 아름다움이라는 프루베 가구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빨간색의 작은 접이식 의자는 단 6점만 제작된 희귀한 것으로, 1930년 현대미술가연합 그룹전 출품 당시 수직으로 세워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전시작 중에는 의자가 붙어있는 1인용 책상, 분해가 가능한 철제 의자, 강당 의자 등 학교용 가구가 여럿 있다. 소수가 아닌 공동체를 위한 디자인에 대한 프루베의 관심을 반영한다.
로비 천장에는 프루베의 유명한 작품인 '콤파스 테이블'과 '안토니 체어'를 천장에 매달아 관람객들이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게 했다.'메종 드 장 프루베'라는 이름 아래 프루베의 거실에 놓인 가구와 인테리어 사진을 통해 그의 집을 재현한 공간도 눈에 띈다. 11월 29일까지, 관람료 8,000원. (02)720-0667
김지원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