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건물에 '슈퍼 메가 팩토리'라는 네온사인 간판이 번쩍거린다. 젊은 작가 김기라(35)씨의 개인전 제목이다.
김씨가 말하는 '엄청나게 큰 공장'이란 현대 자본주의 사회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종류의 작업 60점이 개인과 거대 권력의 역학관계라는 묵직한 주제의식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다.
1층 전시에서는 미국에 대한 시선이 읽힌다. 배트맨, 헐크, 판타스틱맨 등 온갖 영화 속 영웅들의 모습을 뒤섞어 만든 드로잉과 나무조각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괴물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대중매체 속 영웅들이 심어주는 환상은 결국 허상일 뿐임을 표현한 작품이다. 유니버설과 20세기폭스 등 미국의 가치를 전파하는 할리우드 영화사들도 패러디의 대상이 됐다.
영화를 볼 때마다 만나는 영화사들의 웅장한 광고를 자신의 방식으로 재구성했고, 벽에서는'WE ARE THE ONE' 'LOVE U FOREVER' 등 소비사회의 허황된 문구들이 LED 조명으로 번쩍인다.
'WELCOME' 대신 'SHIT(똥)'이라는 발판을 밟고 2층 전시장으로 올라가면 누군가에게 맞아 눈에 피멍이 든 엘리자베스 여왕과 히틀러의 초상화가 나타난다. 히틀러의 얼굴을 한 성모 마리아상 아래에는 해골이 굴러다닌다.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등 자본주의의 상징과 전쟁 이미지를 담은 그림들은 거창한 바로크식 액자 안에 걸렸다. 지금껏 세계를 지배해온 각종 이데올로기를 향해 날리는 작가의 유쾌한 펀치다. 10월 18일까지. (02)735-8449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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