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중국 산둥성 호반의 도시 랴오청 경제개발지구내에 위치한 CJ제일제당 공장. 옥수수 농업으로 이름난 도시답게 끝도 없이 펼쳐지는 옥수수 밭을 지나 겨우 도착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랴오청 공장은 연면적만 12만㎡로, 경제개발구내 위치한 1,200여개의 기업 중 가장 큰 외국계 기업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식품공장쯤으로 생각되지만, 속살을 들여다 보면 엄청난 비밀들이 숨겨져 있다. 우선 철저한 보안을 자랑한다. 건물 곳곳에는 '누설근절'이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중앙 통제실의 CCTV는 쉴 새 없이 모든 공정을 감시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자가발전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은 여기가 혹시 '군사기지'가 아닐까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CJ가 이처럼 보안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이 회사의 미래 먹거리가 여기에 숨어있기 때문. 옥수수 추출 물질이 미생물 발효를 거쳐 식품조미소재인 핵산과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으로 추출해내는 기술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CJ가 가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CJ제일제당=식품회사'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식품에 이어 TV홈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사업에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CJ가 이번에는 글로벌 바이오 부문의 날개를 달게 된 것. CJ제일제당이 향후 4년 이내에 바이오부문에서만 예상하는 매출액은 2조원. 지난 해 CJ제일제당 매출(3조4,949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 국내 대표적인 식품업체로 꼽히는 CJ제일제당이 연간 8% 이상의 해외 매출 신장세를 기록 중인 바이오 사업을 차기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까닭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세계시장 진출과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바람은 모든 기업의 꿈이자 고민거리지만, CJ제일제당은 뜻밖에도 바이오를 통해 일찌감치 그런 고민을 덜어낸 셈이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은 그린 바이오를 말한다. 레드 바이오(Red Biotech)로 불리는 제약사업, 화이트 바이오(White Biotech)로 불리는 화석 대체연료 사업과 달리 미생물과 식물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능성 소재와 식물종자, 첨가물 등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최근 식량 대란의 우려가 커지면서 더욱 주목 받는 분야다.
일본의 식품회사 아지노모도(味の素)를 비롯, 발효기술 연구 역사가 긴 한ㆍ중ㆍ일 3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은 현재 이 분야의 '글로벌 빅4'로 꼽힌다. 1964년 국내 김포 공장을 시작으로 원재료 옥수수와 사탕수수 산지인 인도네시아(1991년)와 중국(2005년), 브라질(2007년)에 4개의 대규모 공장을 지어 라이신과 핵산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고 있다.
사료의 효율을 높이는 성분인 라이신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 CJ제일제당은 현재 이 시장에서 일본의 아지노모도, 중국의 GBT와 각각 20~22%의 비슷한 점유율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식품 조미료에 들어가는 핵산은 전 세계적으로 5억 달러의 시장규모를 갖고 있다. CJ제일제당은 38%의 시장점유율로 일본의 아지노모도(31%), 중국의 스타레이크(10%)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CJ제일제당은 내친김에 바이오 사업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창립 60주년이 되는 2013년에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의 글로벌 푸드&바이오 컴퍼니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18일 산둥성 랴오청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사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CJ제일제당 김진수 대표는 "CJ제일제당이 더 이상 설탕ㆍ밀가루 회사로 인식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2013년 내에 그린 바이오 분야에서 2조원의 매출을 올려 가공식품(3조2,000억원)과 소재 식품(2조2,000억원), 사료(2조4,000억원)와 함께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고, 바이오 분야의 영업이익 4,000억원이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형 사업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이 밝힌 이를 위한 바이오 사업 투자 비용은 무려 5억 달러. 라이신, 핵산의 증산뿐 아니라 트립토판, 메치오닌 등 신규 아미노산 소재 생산 비용으로도 쓰이게 된다.
김대표는 "삼성전자가 B2B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로 세계 1등 브랜드로 떠오른 뒤 휴대전화 등 B2C 영역까지 장악했듯 우리도 2013년 내에 세계 그린 바이오 시장을 제패한 후 다시다, 장류, 두부 등 가공 식품까지 완벽한 글로벌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랴오청(중국)=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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