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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댁' 아셀씨 다문화가정 한글수기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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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댁' 아셀씨 다문화가정 한글수기 대상

입력
2009.09.2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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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아들 건호(3)가 다문화가정의 자녀로 한국사회에서 성공하는 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다문화가정 주부 마하노바 아셀(28ㆍ서울 성북구 종암동)씨는 중앙 아시아 카자흐스탄이 고향이다. 현지 파견 근무을 위해 카자흐스탄에 온 한국인 남자 이영균(42)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14세의 나이차를 넘어 백년가약을 맺고 2006년 한국에 왔다.

뜨거운 홍차를 마시고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 금요일이면 국민 대부분이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들러 예배하는 나라, 인구밀도가 낮아 사람을 만나는 게 반갑던 나라에서 지내던 아셀씨에게 한국 생활은 도전과 기회의 연속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기록한 수기 '카자흐스탄댁의 서울 생활'이 KT가 주관한 제2회 다문화가정 한글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카자흐스탄댁'이 된 아셀씨에게 먼저 닥친 어려움은 관습과 언어의 차이였다.

"한국으로 오기 직전 남편이 시부모님을 뵙게 되면 큰 절을 해야 한다며 시범을 보이더군요. 이슬람권에서 자란 탓에 신이 아닌 사람에게 엎드려 절하는 게 참 낯설었습니다."

아셀씨는 "의자에서 생활해온 탓에 큰 절 자세를 취하기가 너무 힘들었고, 처음에는 혼자서 손을 모으고 일어나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난생 처음 보쌈을 먹다가 아셀씨의 턱이 빠지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다.

"남편이 한국의 대표 음식이라며 주먹만한 보쌈을 제 입에 넣어주더군요. 보쌈을 입에 넣으려고 하다가 제 턱이 정말로 어긋나고 말았어요.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홍차든 음식이든 조금씩 먹고 마시기 때문에 입을 크게 벌리지 않습니다."

아셀씨는 병원에서 간단히 붕대 치료만 받았는데, 치료비가 10만원이 넘게 나오는 것을 보고 한국의 높은 물가에 놀라기도 했다.

한국 생활 3년째에 접어든 아셀씨는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아담한 아파트에서 신혼을 보내고 있다. 남편은 재취업 준비를 하느라 경기 일산에서 기숙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주말 부부로 지낸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외아들 건호는 아파트 근처의 어린이집에 다닌다. 아셀씨는 "남편의 취직이 쉽지 않은 것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취업난을 실감하고 있다"며 "내가 러시아어 과외 등의 부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에 제법 익숙해진 아셀씨의 요즘 관심사는 외아들 건호의 교육과 장래 문제다.

그는 "건호가 외국인 엄마 때문에 차별 받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건호를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울 것인가를 항상 생각한다"며 "한국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 건호의 장래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셀씨는 러시아말과 한국말에 동시에 익숙한 건호를 국제 통상 전문가로 키울 생각이다.

그는 "한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한글교실, 요리교실 등의 다문화 가정 지원프로그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외국인의 국적 취득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책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셀씨의 수기는 10여편의 나머지 수상작과 함께 <함께 해요! 행복한 다문화 가정 만들기> (KT국제전화국 발행)라는 책으로 최근 출간됐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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