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이 내부를 감싸는
외부가 있을까? 어떤 상처 위에
이 부드러운 삼베를 올려두었을까?
활짝 열린 장미의
근심없는 장미의
내호(內湖)에는
어떤 하늘이 비춰질까?, 보라
마치 떨리는 어떤 손이라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처럼
장미는 흐드러지게 피었네.
장미는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고 가득 채워져서는 내부에서
넘쳐나와 여름의 나날, 점점 풍요해지는 그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여름 전체가 방 하나가 될 때까지,
꿈 속에 있는 방이 될 때까지
● 릴케의 '장미의 내부'를 읽으면 꽃을 오래 들여다 보고 있었던 여름의 오후가 생각난다. 벌들은 왱왱거리며 날랐고 아무도 없는 화원은 고요했다. 그 고요의 한가운데 쪼그리고 앉아서 장미를 들여다 보기.
장미뿐 아니라 모든 꽃들의 내부는 황홀한 고요이다. 벌들이 다녀가도 바람이 다녀가도 활짝 핀 꽃 안에는 어찔거리는 고요가 고여있다. 꽃의 바깥은 흔들거리지만 꽃의 내부를 움직일 수 있는 자연은 어디에도 없다. 그 고요가 고였다가 더는 견딜 수 없어서 넘쳐나고 넘쳐나면서 계절은 완성된다.
그때 계절은 릴케가 시에서 노래한대로 '여름 전체가 방 하나'가 된다. 그 계절 속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거대한 방 안에서 함께 살게 되는 것이다. 꽃의 고요가 우리에게 준 방 한 칸, '꿈 속에 있는 방 한 칸'. 그 방 한 칸을 오래 들여다 보기 위하여 쪼그리고 앉아 그렇게 오래 꽃의 내부를 들여다 보았는가 보다.
허수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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