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항상 낯선 외국인이 화제의 중심이 된다.
프로스포츠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외국인 감독들의 경우 스타 플레이어 못지 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한다. 이처럼 집중된 이방인에 대한 관심은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지난 16일 프로축구 컵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린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외국인 사령탑으로서 긍정적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케이스다.
브라질 스타일의 선진 축구를 포항에 접목시킨 파리아스 감독은 2007년 K리그 우승, 2008년 FA컵 우승, 2009년 컵대회 우승으로 팀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거스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감독 등 소수를 제외하곤 국내 환경에 대한 부적응으로 소리 없이 사라진 감독들이 훨씬 많다. 외국인 감독 영입을 둘러 싼 이해득실을 짚어본다.
선진 기술 습득과 '외압'으로부터의 자유
2005년 당시 포항 관계자들은 브라질 출신으로 38세의 젊은 파리아스 감독 영입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브라질 청소년대표팀(20세 이하) 사령탑을 역임했고, 2004년 '브라질 최우수 지도자 4인'에 선정된 파리아스 감독이긴 하지만 한국축구에 적응할 수 있을지 구단 내부에서도 확신이 없었던 것.
하지만 포항은 선진 축구기술 전수 및 시스템 정착을 위해 파리아스 감독의 '젊음과 열정'에 과감히 베팅을 했고, 그 결과 부임 3년째부터 효과를 보고 있다.
외국인 감독 선임의 배경에는 체계적인 선진 시스템과 훈련 방식 습득뿐 아니라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기 포석이 깔려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사령탑이 선수기용 등 감독 고유의 권한에 대해 소신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히딩크 감독을 선임했다. 그 결과 '독야청청'소신을 지켰던 히딩크 감독은 난관을 뚫고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지나친 자율' 분위기에 무게 잡아줄 '조연' 필요
포항의 최고령 필드 플레이어 김기동은 "여태껏 지낸 국내 감독과 달리 훈련방식 등이 유연하다"며 외국인 감독의 최대 장점으로 '자율적인 분위기'를 꼽았다. 이 같은 분위기가 가장 잘 맞아떨어진 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지난해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자율야구'를 추구하면서 지난해 롯데에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기며 '부산발'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나친 자율과 낯선 지도방식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 감독의 경우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념이 철저하다. 동계훈련 때는 훈련프로그램만 지시할 뿐 직접 훈련을 진두지휘하지 않고 휴가를 즐긴다.
자율 속의 이국적인 지도방식은 결국 '정신력과 팀워크 해이'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포항은 김기동이 앞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고, '히딩크호'에서는 홍명보와 황선홍이 팀의 중심을 잡아줘 '성공시대'를 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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