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국내 간판기업들의 브랜드가치가 쑥쑥 치솟는가 하면, 외국인투자자금도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전투적 노사관계 등 뿌리깊은 방해요소들이 남아있지만, 한국경제에 대한 고질적 저평가 현상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빠르게 해소되는 분위기다.
18일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올해의 세계 100대 브랜드'평가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순위는 지난해보다 2계단 높은 19위를 기록, 처음으로 '톱20'안에 들어갔다. 현대차도 3계단이 상승, 69위까지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각각 175억1,800만 달러(21조1,500여억원)와 46억400만 달러(5조5,500여억원)로 추산됐다.
삼성전자는 10년전만해도 순위권 밖이었지만, 2000년 43위, 2003년 25위로 계단을 밟아 올라왔다. 인터브랜드측은 삼성전자에 대해 "발광다이오드(LED) TV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함으로써 불황 타개의 모범을 보였다"고, 현대차에 대해선 "프리미엄 세단인 제네시스를 필두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고객들 기대를 만족시켰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에 대한 재평가는 투자자금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의 '2009년 세계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입액 순위는 전체 214개국 가운데 44위를 차지했다. 2007년에 비해 22계단이나 상승한 것.
직접투자자금 외에 주식(간접)투자자금도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사상 두번째 규모인 1조3,70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을 비롯, 금주에만 3조6,000억원, 연중으론 25조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덕에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700선을 재돌파하며, 연중 최고치인 1,699.71으로 마감됐다.
신용위험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16일 현재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8bp(1bp=0.01%포인트)나 떨어진 116bp를 기록, 연중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외평채 가산금리도 167bp로 최근 1년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영ㆍ미 중심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기업들은 깜짝 실적을 내 놓고 있고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보며 외국인이 '한국적 가치'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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