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G 맥도날드 등 지음ㆍ이현주 옮김/컬처앤스토리 발행ㆍ512쪽ㆍ1만9,800원
지금부터 1년 전인 지난해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6,600억달러의 천문학적인 부채를 남기고 파산했다.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된 사건이다.
<상식의 실패> 는 아이비리그 출신 천재들이 그득했던 리먼 브러더스의 붕괴 과정을 내부자의 눈으로 고발한 책이다. 저자 가운데 한 명인 로렌스 G 맥도날드는 리먼 브러더스의 부실채권 및 전환주식 거래 담당 부사장 출신이다. 상식의>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모기지 채권 투자와 관련, 저자는 "미쳤다:는 표현을 쓴다. 모기지 업체들이 모기지를 모아 월가의 은행에 팔고 은행들은 그것을 다시 여러 형태로 나누거나 합쳐 지구촌의 다른 금융기관으로 팔아넘기는 데 혈안이 됐다. 주택 가격은 올라주고, 신용평가기관은 모기지 채권이 안전하다고 평가하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은행 금리는 제로 수준을 맴돌았지만 리먼 브러더스는 모기지 채권 거래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주택 가격과 채권 가격의 폭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리먼 브러더스 내부에도 지나친 모기지 집착을 경계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경영진은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저자는 내부 소통을 무시한 경영진의 독선이 회사의 파산을 가져왔다고 주장하면서 금융권 경영진의 실책은 한 회사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에 큰 파급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책은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글래스-스티걸법의 폐기를 든다. 1933년 제정된 이 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합병을 막아 투자은행이 예금자의 돈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한 법이었다. 하지만 규제 철폐를 이유로 1999년 이 법이 폐기된 뒤 고수익을 노리고 공격적인 돈벌이를 시도한 투자은행이 상업은행을 압도해 결국 금융위기를 낳았다는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직전 한국산업은행과 매각 협상을 하다 결렬된 사연도 들어있다. 당시 리처드 풀드 회장이 한국산업은행의 제의를 세 차례나 거절하는 등 허세를 부려 결렬됐다는 것이다. 매각이 성사됐다면 한국 경제가 더 큰 수렁에 빠졌을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리먼 브러더스의 경영진은 한국 경제는 구한 셈이 됐다.
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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