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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조각가 민복진씨 회고전… 가족의 소중함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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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조각가 민복진씨 회고전… 가족의 소중함 일깨워

입력
2009.09.2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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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의 커다란 청동 조각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한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가족상을 만든 사람은 한국 조각 1세대 중 한 사람인 원로 조각가 민복진(82ㆍ사진)씨다.

그의 조각 인생을 결산하는 화집이 최근 출간됐다. 홍익대 조각과를 졸업한 직후인 1957년 초기작부터 2007년 만든 작품까지 300여점이 실렸는데, 50년의 세월 속에서도 조각의 주제는 한결같이 가족간의 사랑과 화합이다.

특히 '모정' '자장가' '아기와 엄마' 등 모자상이 가장 많다. 차가운 돌과 브론즈로 단순화된 형태지만, 서로 눈빛을 맞추고 있는 어머니와 아이의 모습은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을 느끼게 한다.

그의 개인적인 사연을 알고 보면 이런 작품세계의 출발점이 짐작된다. 어린 시절 그는 혼자된 작은어머니의 양자로 들어가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그에게 어머니라는 존재와 가족이라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복진씨의 화집 출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25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린다. 책에 실린 작품 중 40여점이 선별돼 전시장에 나온다.

이번 전시는 하종현 전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중심으로 조각가 전뢰진, 고정수씨와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등이 합심하여 준비했다. 본인은 겉치레가 싫다며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후배들이 간곡히 청해 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마련한 후배들이 민복진씨에 대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작품과 일치되는 그의 인품이다. 하종현씨는 "1986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으로 출마할 때 민선생님을 러닝메이트인 부이사장으로 모셨다"는 개인적 인연을 떠올렸다.

"당시 미술계는 국전과 반국전, 구상과 추상 등으로 나뉘어 혼란스러울 때라 일상과 작품생활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파트너가 필요했는데, 선생님이 바로 그런 분이었다"는 것이다.

고정수씨는 민씨가 전업작가로서 보여준 삶의 방식이 늘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고씨는 "언젠가 선생님께서 '조각가로서 먹고 살려면 대학교수가 되거나 회사를 차려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뜻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면서 "작가들이 유행처럼 조형연구소를 차려놓고 조형물을 수주하는 데 혈안이 돼있을 때 선생님께서는 늘 초연하게 창작에만 매달리셨다"고 말했다.

조각 인생을 결산하는 자리를 앞두고 민씨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저 기쁘고 또 기쁠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열정적으로 작업하던 그는 최근 건강이 나빠져 비교적 간단한 작업만 하고 있다.

그는 "드릴 소리가 귀에 인쇄됐는지 귀에서 늘 환청이 들리고 돌가루 때문에 시력도 많이 떨어졌다. 다 망가져버린 거지 뭐"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오랫동안 병석에 있는 부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02)734-0458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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