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주박] 세보지도 않고… 주운 1만 달러 돌려준 환경미화원

환경미화원이 1만달러가 담긴 봉투를 거리에서 주워 잃어버린 주인에게 되찾아줬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1만달러 분실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14일 오전 9시30분께. 미국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이라고 소개한 A씨(30)는 "1만달러가 든 봉투를 상의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어디선가 잃어버렸다"며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데 찾을 길이 없겠냐"고 경찰에 하소연했다.

분실물 담당 김정순 주무관은 A씨에게 신고 절차를 안내하면서도'1,200만원이 넘는 큰 돈인데 신고할 사람이 있을까'라며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불과 4시여만인 오후 2시께 강남서 삼성지구대 코엑스 분소에 100달러 지폐가 가득 든 봉투를 주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삼성동 코엑스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이석진(60)씨. 이씨는 코엑스 옆 인터컨티넨탈 호텔 주변을 청소하다 은행나무 밑에 떨어진 돈봉투를 발견했다.

봉투는 여러 사람이 밟고 지나간 듯 반쯤 찢어져 너덜너덜해진 상태여서 이씨 역시 처음에는 쓰레기인 줄 알았다가 자세히 보니 100달러 지폐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씨는 지체 없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봉투를 들어 올린 순간 돈이 꽤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보지도 않았다"며 "제 것도 아닌데 세보면 뭐 합니까. 그냥 경찰서에 바로 갖다 주면 되지"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