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전인 1925년 5월, 성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의 총아빠스(대수도원장)인 독일인 신부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가 영상 장비를 챙겨 들고 조선을 방문한다.
그는 일본을 거쳐 부산에 입항한 뒤 그 해 10월 2일까지 한반도 전역과 북만주까지 누비며 당시 조선의 모습을 35㎜ 흑백필름에 담는다.
귀국 후 그는 뮌헨 민속박물관 등 100여 곳에서 이 무성영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를 상영했다. 성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이 되는 올해 그 필름이 원본(118분)과 해설본(67분) 등 2장의 DVD로 제작돼 나왔다.
해설본 DVD는 일본의 근대 상업자본이 본격적으로 스며들던 배오개시장(현 동대문시장) 상인들의 모습을 비롯해 조선 사람들이 베 짜고 그릇 굽고 농사 짓는 현장의 풍물 등을 보여준다.
북한산 자락에 옹기종기 모인 마을을 보여준 뒤 넓고 좋은 땅은 농지로 활용하기 위해 비좁은 산비탈에 모여 살았던 조선인의 생활을 설명하면서 "조선 사람들은 자연을 정복하기보다 그 찬란함 속으로 들어가기를 꿈꾼다"며 조선의 문화와 백성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넘치게 표현하기도 한다.
베버 신부는 효(孝) 문화에 크게 감동하고 "저 내면화한 겸손이 가톨릭이 뿌리내리는 데 좋은 토양이 됐다"고 설명한다.
베버 신부의 첫 한국 방문은 1911년이었다. 그는 당시 느낀 감흥과 수백 컷의 사진들로 1915년 독일에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라는 같은 이름의 책을 내기도 했다.
DVD에는 당시 찍은 안중근 의사 유족의 사진, 한국전쟁 때 파괴된 금강산 장안사와 1920년대에 사라진 서울 동소문의 모습 등도 담겨 있다.
베네딕도미디어의 임세바스찬(한국명 임인덕) 신부는 "이 영화는 한국과 그곳에 사는 '마음이 따듯한 민족'에 대한 베버 신부의 존경과 위대한 사랑의 기록"이라며 "1920년대 한국의 풍물과 초기 선교사들의 활동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베네딕도미디어 (054)971-0630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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