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체코와 폴란드에 미사일기지를 건설, 중동국가들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비한다는 '동유럽 미사일방어(MD)계획'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17일 얀 피셔 체코 총리가 이 같은 미국의 미사일 기지 건설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음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통해 직접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도 MD계획에 중대한 조정이 있었으며, 이에 앞서 이란 미사일의 위협 정도를 하향 조정했음을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이 제안한 동유럽 MD계획은 10기의 요격미사일을 갖춘 기지와 레이더 기지를 각각 폴란드와 체코에 건설, 미 본토와 유럽 국가들을 방어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위협이 감소함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전격적으로 철회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동유럽 MD계획이 새로운 미-러 군사 긴장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는 사라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부시 정부시절부터 거듭 동유럽 MD계획이 미-러 관계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란 뜻을 비쳐왔다. 외신들은 오바마의 이번 결정이 크렘린과의 관계개선을 노린 것이며, 러시아는 MD계획 폐기에 대해 즉각적으로"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동유럽에서의 MD계획 폐기는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은 MD계획 대신 이란 등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방어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뉴욕타임스와 AP통신은 "이란이 단거리 미사일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이 파악했다"며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가 대형 미사일 기지들을 건설하는 대신 남유럽이나 터키 등에 SM-3와 같은 소형미사일을 배치, 단거리 미사일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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