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중동고 등 내년에 일반 사립고에서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 전환하는 13개 고교에 다른 시ㆍ도 출신 학생 지원을 허용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교육계에서는 해당 지역 출신으로 지역을 제한했던 원칙을 어긴데다, 자율고 입시 과열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아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자율고를 준비하고 있는 서울 지역 학생과 학부모들은 "서울 출신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올해 처음 지정된 13개 자율고에 자율고가 없는 5개 시ㆍ도 출신 중학생들도 지원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 지역 자율고 지원이 가능한 곳은 자율고 지정 고교가 단 한곳도 없는 9개 시ㆍ도 중 인천, 대전, 경남, 울산, 제주 등 5곳이다. 전남, 전북, 강원, 충북 등 4곳은 시교육청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일단 배제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이들 5개 교육청이 다른 시도 출신 학생 지원 허용 문제에 대해 협의를 요청해 교육기회 균등 차원에서 허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자율고는 학교 지정권자가 교과부 장관인 자립형 사립고(자사고)와 달리 시ㆍ도 교육감이어서 광역 시ㆍ도별로 학생 선발을 하게 돼 있지만, 시교육청은 이런 규정을 스스로 어긴 셈이 됐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자율고를 맹신한 교육당국이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2010년 30곳 지정'목표가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상당수 시ㆍ도가 자율고를 단 한 곳도 지정하지 못해 비난이 커지자 이를 만회할 목적으로 일종의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다.
자율고로 지정된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는 "지방 지원자가 많아지면 서울 출신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벌써부터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조 관계자는 "교육적 가치 평가 없이 자율고 지정에 무조건적으로 앞장선 교육당국의 과실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며 "이젠 자율고 지원 '미달' 우려 차원을 넘어 정부가 나서 전국 학생에게 자율고 지원 경쟁을 촉발시킨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 핵심 교육정책으로 꼽히는 자율고는 도마에 올라있다. '무늬만 자율고'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반고의 3배가 넘는 등록금을 내고 지원할 학생이 많지 않고, 등록금의 3~5%를 법인전입금으로 내야 해 재단 측 부담이 크며,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기이한 모집방식 등이 치명적인 허점으로 꼽히고 있다.
자율고 신청을 철회했던 서울 지역 한 고교의 교장은 "자율고로 전환하더라도 교육과정 다변화를 유도하기 힘들고 우수학생 선발도 상당히 제한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