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가 세계 최고의 '폭력'국회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5일 "최근 한국은 의회 난투극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며 "한국 민주주의는 종합격투기를 통해 이뤄진다"고 꼬집었다. 한국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피를 봐야 하는 욕망"을 지닌 이들로 묘사했다. 이 잡지는 한국에 이어 대만, 우크라이나, 영국, 호주 국회를 세계 5대 난장판 국회로 꼽았다.
한국을 1위 자리에 올린 사건은 단연 지난 7월 미디어법 국회 본회의 직권 상정을 둘러싸고 국회의원, 당직자, 보좌진이 뒤얽혀 벌인 폭력사태다. 이 잡지는 당시에 대해 "집권 한나라당과 야당 간의 이견을 해결한 도구는 주먹 또는 본회의장에 있던 둔탁한 물건들"이라고 적었다.
이 잡지는 한국 국회 난투극이 세계적 주목을 받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FP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노 대통령 지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며 벌어진 드잡이를 그 시작이라고 보았다.하지만 이 잡지는 "탄핵 소동은 2008년 12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의 상임위 처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폭력 사태에 비하면 전주곡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FP는 민주당 당직자들이 비준안 상정을 막기 위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실 진입을 시도했던 때를 거론하며 "쇠망치와 전기톱까지 사용됐다"고 전했다.
이밖에 FP는 대만 국회에 대해서는 "최근에는 한국이 최고의 폭력 국회 자리를 차지했지만 전반적으로 본다면 대만이 챔피언"이라고 소개했다. 대만 국회 폭력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한 남성 국회의원이 여성 의원의 얼굴을 가격해 6개월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2005년에는 상정 준비 중인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이 법안을 입안에 넣고 삼키기까지 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 혁명파와 친 러시아파 간 난투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사의 나라로 불리는 영국에서 주먹 다툼은 드물다. 하지만 매주 하원에서 열리는 총리 질의응답 시간 동안 총리와 집권당을 향한 의원들의 조롱과 야유 등 언어 폭력이 난무한다. 영국 전통이 남은 호주 국회에도 현란한 비유가 동원된 언어폭력이 횡행하고 있다. 폴 키팅 전 총리의 경우, 하원 질의 시간에 '쓰레기''지적 부랑자' '뇌 손상자' '오합지졸' 등의 언어 공격을 받았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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