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와 세종증권 매각비리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정ㆍ관계 인사 10명에 대해 무더기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치열했던 검찰과 피고인들간의 1심 공방전은 검찰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선처 흔적이 있었던 피고인들을 엄하게 처벌해 검찰을 곤혹스럽게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홍승면)는 16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6월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서면으로 징역 4년을 구형하면서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것과 비교하면 예상 밖의 엄한 처벌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 동안 뇌물 수수자에 비해 돈을 건넨 공여자에 대한 처벌이 관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박 전 회장은 자신이 먼저 접근해 돈을 줬고 대상자도 수십명에 이르는 만큼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최철국 의원에게 벌금 700만원을, 사건 청탁 등과 함께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종로 부산고검 검사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상철 서울시 부시장도 월간조선 사장 재직 당시 박 전 회장에게 불리한 기사를 싣지 않는 대가로 2만 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400여만원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들은 법정에서 "돈을 줬다"는 박 전 회장 증언을 부인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으나,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검찰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과 증언을 했다"며 박 전 회장 증언에 신뢰를 부여했다.
재판부는 휴켐스 헐값인수 및 세종증권 매각비리에 연루된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징역 10년에 추징금 78억원, 남경우 전 농협사료 대표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25억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가담 정도가 가볍다"며 불구속 기소했던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반면, 구속수사를 받았던 홍기옥 전 세종증권 사장은"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로비에 나섰다"며 집행유예 처분해 눈길을 끌었다. 오세환 전 농협 상무와 박 전 회장의 측근인 정승영 전 정산개발 사장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나머지 피고인들 중 이택순 전 경찰청장은 18일,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23일,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25일 선고 공판이 진행되며 한나라당 박진 의원,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다음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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