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천하무적 토요일'의 '천하무적 야구단'은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흐름에서 벗어난 리얼 버라이어티 쇼다.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은 메인 MC도 없고, 선수 숫자만 10명이 넘어 출연자의 캐릭터를 다듬기도 어렵다. 방영시간의 절반 이상을 야구경기에 할애해 웃음을 위한 장치를 넣기도 힘들다.
대신 '천하무적 야구단'은 프로그램 자체를 캐릭터처럼 발전시킨다. 처음에는 9명조차 못 채우던 야구팀에 어느덧 단장과 감독까지 생겼고, 야구선수 출신 감독 김C가 "이제 (제대로 된) 야구를 하네요"라고 할 만큼 실력도 좋아졌다.
이 과정에서 '천하무적 야구단'은 색다른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팀 자체가 주인공인 '천하무적 야구단'은 팀원 개개인에 집중할 수 없다. 어떤 출연자는 아직 캐릭터도 잡히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그들은 어쨌건 팀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이야기가 탄생한다.
부진하던 포수 마리오는 부단한 개인훈련 끝에 최근 결정적인 수비로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다. 출연자들은 야구를 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이 야구경기를 통해 드러나면서 '천하무적 야구단'은 점점 더 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가진 방대한 세계가 된다.
최근 단장 백지영이 응원단을 모집, 선수들 외에도 응원단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팀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이 가지를 치며 뻗어나간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 쇼보다는 게이머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롤플레잉 게임이나 '슬램덩크' 같은 스포츠 만화와 비슷하다.
그리고 이 새로운 구성 방식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시청자에게 접근하는 또 다른 방법을 보여준다. '늙은 사자'로 불리는 이하늘처럼 한물갔다는 소리를 듣는 연예인들이 팀을 만들고, 실력이 엉망인 선수들이 발전한다.
이는 세상살이가 팍팍한 대중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한 공동체가 발전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천하무적 야구단'의 진정한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곧 사회인야구 전국대회에 참여할 그들은 앞으로 더욱 뜨거운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경기내용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청자들은 그들이 더욱 진지해지길 요구할 것이다.
그 실제 경쟁 속에서 그들은 지금처럼 개인과 팀 모두가 성장하며 발전하는 즐거운 공동체를 지킬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 우리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아닌 모두가 응원하고픈 실제 야구팀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lennonej@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