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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꾼과 몸치… 과학적 근거로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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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꾼과 몸치… 과학적 근거로 따져보니

입력
2009.09.1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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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인 아이돌 그룹의 춤을 보고 있자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연예계뿐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어디 가서 춤 못 춘다고 하면 한 소리 듣는다. 회식 자리에선 최신 유행하는 춤 한두 동작쯤은 보여 줘야 환영받는다. 이처럼 몸치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대지만 이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춤을 추려고 애써 봐도 안 되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 근육의 기억력 떨어져

원더걸스 소녀시대 쥬얼리 등 여성 댄스 그룹이 최근 유행시킨 춤들은 대부분 동작이 간단하다. 대부분 금방 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몸치는 동작을 흉내 낸다 해도 뭔가 부자연스럽다.

춤 동작이 자연스러워 보이려면 신체 부위가 정해진 위치로 움직여야 한다. 팔이 지나치게 높이 올라가거나 다리가 너무 벌어지면 전체적으로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너무 빨리 또는 늦게 움직여도 이상하다.

몸을 정해진 시간에 알맞은 공간으로 움직이게 하는 건 근육이다. 이화여대 체육과학과 박승하 교수는 "눈은 앞을 본 채 팔을 어깨 높이로 올려 보라고 했을 때 사람마다 올린 팔의 높이를 재면 조금씩 다르다"며 "근육이 기억하는 어깨 높이에 개인차가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근육이 신체 부위의 움직임을 기억하는 능력이 선천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은 당연히 춤추는 데 유리하다. 손을 어디에 두면 멋있게 보이는지, 팔을 언제 움직여야 폼이 나는지를 한두 번만 연습하면 근육이 바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실제 춤을 출 땐 다음 동작을 머리로 의식하기 전에 근육이 먼저 알아서 움직인다. 반면 몸치들은 신체 부위의 정확한 위치나 타이밍을 일일이 의식하고 나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박자 맞추기도 어렵고 동작도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다.

박 교수는 "반복적인 훈련을 하면 후천적으로도 근육의 기억력을 어느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운동선수가 한 예다. 운동선수의 훈련도 가장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는 동작을 근육이 잘 기억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동작 형성에 불리한 신체 조건

체격이나 체력 조건도 춤 실력에 중요한 요소다. 동작을 만들어 내는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발레를 하려면 'O형 다리'는 좀 곤란하다. 다리가 휘지 않고 가지런해야 동작 시 충격이 연골에 골고루 흡수된다. 라틴댄스는 하체의 근육이나 뼈가 발달한 사람이 유리하다. 땅에 발을 내딛는 스텝 동작에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섹시댄스'의 필수 동작인 웨이브에선 무엇보다 허리가 중요하다. 허리의 힘과 유연성은 대부분 배와 등 근육에서 나온다.

근력이 발달한 사람은 춤을 잘 출 수 있는 기본 조건은 갖춘 셈이다. 특히 춤에 빠지지 않는 회전 동작에 근력이 중요하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문영진 책임연구원은 "빠른 회전 때는 중심만 잘 잡으면 관성 때문에 계속 돌 수 있지만 느린 회전 동작을 매끄럽게 유지하려면 근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근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춤을 추면서 더 이상적인 몸을 갖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심장이 뛰는 리듬과 탱고의 리듬이 비슷하기 때문에 탱고를 추면 심폐기능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뇌세포도 춤 실력에 영향

몸치와 춤꾼은 신경계의 구조도 다를지 모른다. 처음 춤을 배울 땐 먼저 동작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실제 춤추는 모습을 보곤 한다.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육동원 교수는 "보고 들은 동작을 뇌가 얼마나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몸치와 춤꾼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이 보여 준 동작을 뇌가 정확히 인식해야 춤을 잘 출 수 있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거울 뉴런'이라고 불리는 신경세포가 몸치와 춤꾼을 가른다는 설명도 나온다. 이 세포는 남의 움직임을 마치 거울처럼 그대로 비추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보는 것을 마치 직접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말이다.

거울 뉴런이 활발히 작동하면 타인의 춤을 더 잘 따라 할 수 있을 거란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거울 뉴런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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