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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루게릭병과 근육병 비슷하지만 전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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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루게릭병과 근육병 비슷하지만 전혀 달라요

입력
2009.09.1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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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가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자 주인공을 맡은 김명민이 루게릭병 환자 모습을 완벽히 재현해 냈다는 입 소문이 퍼진 것이 이유다. 흔히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면 루게릭병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루게릭병은 근육병이 아니다. 루게릭병과 근육병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 루게릭병, 척수 내 운동신경 세포 손상돼 발병

루게릭병의 원래 이름은 근육위축가쪽경화증이다. 뉴욕 양키스 야구단의 전설적 4번 타자 루 게릭이 걸려 널리 알려지면서 루게릭병이라는 별칭을 갖게 됐다.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 측면에 있는 운동신경 세포가 손상돼 여기서 명령을 받는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뇌의 통제에서 벗어난 척수가 근육에 잘못된 명령을 보내 근육이 경직되거나 척수가 근육에 전혀 명령을 보내지 않아 근육이 위축되고 근육량이 주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병준 교수는 "루게릭병의 마르고, 팔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 근육병과 비슷해 근육병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루게릭병은 척수 내 운동신경 퇴화로 인해 발생하는 운동신경병"이라고 말했다.

루게릭병은 아주 은밀하게 시작된다. 처음에는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 또 온몸이 피곤해 길을 가다 쓰러지거나 손에 힘이 풀려 가벼운 물건도 쥐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병이 진행되면서 결국 호흡근이 마비돼 3~5년 내 목숨을 잃는다.

과학자 스티븐 호킹처럼 10년 이상 살기도 하지만 이는 전체 환자의 10%에 불과하다. 매년 10만명당 1명 꼴로 발병하며, 한국은 외국보다 발병 연령대가 조금 높아 50대 이상 남성의 발병률이 가장 높다.

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유전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이와 관련이 없다.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환경적인 독소가 원인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다 보니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치료제도 없다. 릴루졸이라는 약이 있지만 이 역시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할 뿐 치료 효과는 없다.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로 확진하는데 루게릭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신경병증이나 근육병과 혼동되지 않도록 뇌나 경추부의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근육 생검 등을 한다. 다양한 혈액검사를 하기도 한다.

■ 근육병, 근력이 약해져 생겨

반면 근육병은 근육의 힘이 서서히 약해지다 결국 신체 장애를 가져와 모든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지하게 되는 만성 질환이다. 뇌나 다른 신경조직에는 이상이 없고 근육에만 병이 생겨 근력이 떨어지고 마비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개 염색체에 이상이 생겨 많이 발생하지만 돌연변이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유전이지만 자녀 모두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발병 여부는 ▲우성유전인가, 열성유전인가 ▲일반염색체와 관련이 있는가, 성염색체와 관련이 있는가 여부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자녀에게 유전되는지를 정확히 알려면 근육병을 앓는 부모가 근육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경석 교수는 "진단 결과, 만약 부모가 가진 근육병이 우성유전되는 병이거나 듀센근육퇴행위축병과 같이 어머니에게서 아들로 유전되는 병이라면 아이를 갖기 전 근육병이나 유전병 전문의사와 미리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근육병 중 가장 흔한 것은 유전되는 진행성 근이양증으로 듀센형 벡커형 안면견갑상완형 지대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발병하는 것은 듀센형. 3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고 남아의 발병률이 높다. 출생 후 1, 2세까지는 정상적으로 발육하다 2, 3세에 걸음마할 때 근력이 약화하기 시작한다. 오리걸음을 걷거나 발끝으로 걷는 증상이 나타나 3~7세 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으며, 대개 12세 이전에 걸을 수 없게 된다.

조기에 적절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20세 전후에 호흡근과 심장근이 약화해 폐렴이나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성염색체로 유전되는 것이 특징이다. 엄마가 보인자인 경우 아들의 50%가 발병한다. 딸은 발병하지 않지만 그 딸이 결혼해 낳은 아들에게는 병이 유전된다.

벡커형의 경우 증상은 듀센형과 아주 비슷하나 증세는 가볍다. 주로 5세 이후부터 20대 전에 나타나며 16세 이전에 걸을 수 없게 되지만 수명은 거의 정상에 가깝다. 안면견갑상완형은 주로 안면근과 견갑근이 약해진다.

휘파람을 불거나 볼을 내밀기 힘들고 어깨를 잘 못쓴다. 팔이나 다리 근육이 약해질 수도 있다. 여성과 남성에게 모두 나타나고 10, 20대에 증상이 시작된다. 수명에는 거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

지대형은 남녀 모두에게 발병하고 주로 10~40대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깨 근육과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다 견갑골이 날개같이 튀어나온다.

■ 난치병이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좌우 팔다리의 힘이 비슷하게 빠지면 근육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근육병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ㅘ??문진과 세밀한 검사다. 환자의 병력과 가족력을 자세히 조사하고 피검사를 통해 근육효소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전기검사인 근전도검사로 근육병의 특징, 병의 진행 정도, 근육병의 종류 등을 알아내고 신경성 마비증인지, 근육병으로 인한 마비인지 진단할 수 있다.

간혹 근육조직검사가 필요하거나 유전자검사를 하기도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근육병 및 유전자검사는 종류가 많지 않고 유전자에 이상이 없다고 해서 유전성근육병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어 효용성이 떨어진다.

근육병은 만성이며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 특히 유전성이라면 완치가 어려워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는 병만 악화한다. 최근 줄기세포치료나 유전자치료 등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동물실험 중이거나 환자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 치료만이 현재 알려진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는 것도 금물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병준 교수는 "후천성 근육병은 완치할 수 있거나 장기간 치료하면 상당히 호전될 수 있는 병이 대부분"이라며 "조기 진단과 포괄적 재활 치료를 하면 근력 약화로 인한 합병증과 장애를 최소화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발성근염과 피부근염과 같이 면역 치료가 가능한 근육병이 있고 약물에 의한 근육병과 갑상선질환에 의한 대사성근육병 등도 치료가 가능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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