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6일 1,211.3원을 기록, 연중 최저를 갈아치우며 꾸준히 하락하면서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에서 사다 쓰는 원유나 원료가 많은 항공, 정유, 철강, 제당 업계 등도 원자재 수입 부담이 줄어 환율 하락의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반면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 제조 회사들은 환율 하락이 자칫 상승세를 꺾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항공업계가 가장 반기고 있다. 원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유 도입 단가가 떨어지고, 항공기를 대부분 리스하기 때문에 그 만큼 지출 비용도 줄기 때문.
최근 신종인플루엔자라는 복병에도 불구하고 항공업계가 잘 나가는 이유도 환율 하락의 효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이다. 실제로 환율이 10원 떨어질 경우, 대한 항공이 연간 200억 원, 아시아나 항공은 80억 원 정도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로 원재료를 수입해서 원화로 되파는 제당 업계는 이중 효과를 노릴 수 있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철강업계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 비상경영 체제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을 1,200~1,300원까지 잡고 있던 포스코는 최근 원화 가치 상승으로 쇳물 원료인 철광석, 석탄, 고철 수입 가격 부담이 줄고 외화 부채에 대한 평가 손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수출 비중이 40% 늘어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해외에 내다파는 제품 값도 그 만큼 내려갈 것"이라며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환율 변동으로 일본 등 외국 경쟁 업체와 경쟁 구도가 바뀔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이례적으로 사내방송을 통해 "강도 높은 혁신을 계속 추진해 환율 1,000원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그 만큼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수출 비중이 높아 달러 당 원화 가치가 1원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3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전자는 '환율 효과는 독'이라는 남용 부회장의 지론에 따라 수입과 수출 시 결제를 37개 통화로 다변화했다. 가능한 한 자연적 헤지 효과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본 전자업체들이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어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ㆍ기아차(75%~80%)나 GM대우(90%)는 떨어지는 환율이 썩 반갑지 않다. 현대ㆍ기아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환율 수준을 1,180원~1,240원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 1,200원 대가 무너지면 예상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어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내수 비중이 높고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르노삼성은 환율이 떨어지면 부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병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환율 하락으로 원료 수입이 높은 업종은 과거에 비해 부담이 줄고 있다"면서 "게다가 경기가 살아나면서 매출은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내수 비중이 높은 업종이나 전통적으로 환율 약세 구간에 강세를 보인 철강, 기계 업종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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