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아름답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에 있는 맞춤형 고급 도자기 생산 업체인 ㈜에릭스도자기 공장 외벽이 적힌 이 슬로건은 이오훈 사장의 경영 철학을 대변한다. 1981년 충남대 경영학과에 입학하고서도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장터에서 옷을 팔기 시작했던 그는 강함과 아름다움 두 가지 덕목을 통해 전통 도자기를 생산하는 한국 대표 장인으로 거듭났다.
"옷을 팔다 보니 재고 문제가 보통이 아니었어요. 그때 눈을 돌리게 된 게 재고 걱정 없는 식자기 분야였죠. 맨 처음엔 소매를 했는데 싼 값에 좋은 품질의 생활 자기를 취급한 덕분에 정말 날개 돋힌 듯 나가더군요. 그래서 아예 도매상으로 나서게 된 거죠."
그는 경기 이천시 여주군, 충남 천안시, 전남 목포시, 경남 합천군과 중국 칭다오(靑島) 인근에 위치한 공장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10년 간 식자기를 공급해 왔다.
"돈은 참 많이 벌었지만 허망했어요. 어느 날 내가 이러다 '졸부' 소리를 듣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그는 한국 도자기 문화의 재건에서 새로운 꿈을 발견했다.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도자기를 발명한 나라에요. 그런 찬란한 문명을 물려받은 우리가 편리함과 가격이라는 이유로 플라스틱 그릇들을 마구잡이로 쓰고 있는 현실이 답답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은 2001년 무안군에 자기 공장을 건립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그는 이 공장에서 강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기존의 도자기가 쉽게 깨지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찾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강한 것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강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도자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는 흙이 아닌 다양한 석재를 섞어 도자기의 원료를 만들었고 다른 가마보다 100~150도 높은 온도에서 도자기를 구웠다.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도자기였던 만큼 성공은 당연했다.
그는 한식의 세계화란 전통에서 출발해야 하다고 믿는 소신주의자다. "전통에 기반하지 않는 세계화는 불가능합니다. 잊혀지고 사라져 가는 우리의 도자 문화사를 현대화하고 산업화할 때 그 그릇에 담긴 한식들이 더욱 빛이 나게 될 겁니다."
또 이 대표는 한식 세계화와 관련된 각 주체들에 대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덴마크의 로얄코펜하겐이나 영국의 본차이나를 최고로 치는 국민들, 플라스틱 그릇을 스스럼없이 고객에게 내놓는 일부 외식 업체들, 이런 것에 무신경한 정부 모두 바뀌어야 합니다."
무안=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 이웅규 교수가 본 李대표는
이오훈 사장은 20여년을 도자기에 바쳤다. 사비를 털어 곳곳의 한국 도자기를 찾아 다녔다. 그리고 눈과 마음으로 확인했다. 한국 도자기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마음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도 얻었다. 더 좋은 그릇을 사람들에게 제공해 주는 일은 세상의 어느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꿈꾼다. 평생의 노하우와 지식을 담아 정말 좋은 한국 도자기가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기를.
이 일을 시작하고 20여년 동안 그는 쉬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왜 그는 이런 고단한 작업에 매달렸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릇은 곧 맛이고, 멋이고, 건강이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이웅규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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