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민생 행보로 인한 일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재래시장과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제기되는 여러 민원에 대해 이 대통령이 성급하게 해결을 약속하거나 개선을 지시함으로써 정책적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에선 "현장을 찾은 이 대통령의 손만 잡으면 로또에 당첨된 것과 다름 없다"는 우스개까지 나돈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대통령의 뜻은 이해못할 바 아니나 발걸음과 발언이 즉흥적으로 흐르는 것은 분명 경계할 일이다.
대통령이 바닥 민심과 직접 접촉하며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나 고금리 사채의 문제 등 민생현안을 파악하는 것은 필요하고 또 유익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거나 나중에 책임질 소지가 있는 사안이면 아예 손대기 싫어하는 관료들의 습성을 봐도 그렇다. 반면 그 습성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기만 하면 180도 달라진다. 이런 세태를 알기에 대통령을 만나면 온갖 하소연을 다 쏟아내고 아쉬운 것을 부탁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대통령은 'MB 로또'라는 말에 대해 "사정이 너무 딱한 경우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도 무시하고 거절할 수 없는 게 대통령의 마음"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국가정책 역시 효과와 비용을 감안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이다. 딱한 사정에 온정적ㆍ시혜적 관심을 표명하더라도 이를 곧 정책화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개개 민원을 다 수용하다 보면 정책간 충돌과 왜곡이 생기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우려도 크다.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나온 '불경스러운'얘기를 공개한 청와대의 속셈도 따져볼 만하다. 비서관들이 '예스맨'을 벗어나 시중 여론을 가감 없이 전하고 대통령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소통문화가 중도실용을 뒷받침한다는 일화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민생행보가 너무 이벤트성으로 흐른다는 반성도 나왔을 법하다. 어느 쪽이든 문제를 제기해서 나빠질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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