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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옮을까봐…" 몸사리는 추석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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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옮을까봐…" 몸사리는 추석맞이

입력
2009.09.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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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에 사는 주부 이모(46)씨는 올 추석 차례상 장보기를 인터넷 주문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신종플루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마당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차례상에 올릴 음식 재료들이니 직접 보고 고르는 게 좋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조상님도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신종플루가 최대 명절인 추석 풍속도마저 바꾸고 있다. 찬 바람이 부는 가을에 신종플루가 대유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건당국 경고에 대형 마트나 재래시장 대신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귀성길 교통수단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며 귀성 포기자도 늘 것으로 보인다.

주부 이혜균(48ㆍ서울 신도림동)씨도 최근 인터넷을 통해 추석 선물을 장만했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몇몇 집이 모여 단체로 인터넷 주문을 했다"면서 "1만~3만원대인 손 세정제 선물세트도 난생 처음 구입해봤다"고 말했다.

실제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은 '신종플루 특수'가 겹친 추석 대목을 맞아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접속자 증가에 대비해 회선 용량을 지난해 추석 때보다 2배 가량 늘리는가 하면, 추석 제수용품이나 선물세트 종류와 물량도 예년에 비해 크게 늘렸다.

신종플루 공포는 귀성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차장 고속도로'로 인한 고생길을 감수하더라도 승용차를 타고 가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라'가 신종플루 예방 제1의 수칙인데, 장시간 낯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공기를 호흡해야 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아무래도 꺼림칙하다는 것.

포항이 고향인 회사원 이주영(33)씨는 "명절에 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지만 올해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짧은 연휴를 핑계 삼아 귀성을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회사원 최유진(28ㆍ여)씨는 "신종플루 걱정도 되고 연휴도 짧아 추석에는 그냥 서울에서 보내고 나중에 고향인 부산에 다녀올 계획"이라면서 "회사 동료들 중에도 고향에 안 간다는 사람이 꽤 있다"고 말했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올 여름 휴가철 특송기간에도 신종플루 영향으로 예매율이 떨어진 것을 감안할 때 추석 고속버스 예매율이 6% 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와 극장가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여행업계는 연휴가 짧은데다 신종플루까지 겹쳐 '한가위 특수'란 말 자체가 실종됐다. 대형 여행사 H투어는 이달 해외여행상품 예약자 수가 3만1,000여명으로 전년 동기 5만2,000명보다 39.4% 감소하는 등 신종플루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환기와 청소에 평소보다 더 신경 쓰고 있다"면서도 "신종플루 예방 광고를 내보내거나 언급하는 것 자체가 관객들의 불안감만 더 부추길 수 있어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추석 연휴가 자칫 신종플루 전국적 대유행의 방아쇠 역할을 할까 노심초사다. 연휴 기간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464개 거점병원에 당직체계를 구축하고, 다른 의료기관과 약국도 당번제로 문을 열도록 했다. 또 785개 거점약국에도 100명분의 타미플루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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