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목화 단원들은 노는 것이 연습하는 것이고, 공연하는 것이다. 막 오르기 전, 그들은 바닥에 앉아 새끼를 꼬거나 소도구를 챙긴다. 잃어버린 공동체의 모습이다. 간간이 흘러나오는 4·4조 사설이 행색에 그렇게 들어맞을 수 없다. 노는 모습에 취해 있는 객석에게, 연극은 어느 순간 구렁이 담 넘듯 밀려 온다.
공연 중인 '용호상박'은 목화가 그 같은 유희정신을 바짝 밀어부친 결과다. 이번 연극의 배경이 마을 제사인 범굿을 준비하는 마당이라는 사실에서 더욱 현실성을 띤다. 물허벅 장단에 맞춰, 고참 배우 정진각이 슬슬 입장하면서 사설을 매기면 나머지 단원들이 구성지게 받는다.
현실 공간과 제의적 공간이 공존하는 것은 목화의 연극 어법에 친숙한 관객들에게 너무나 당연하다. 그 두 영역은 밀고 당기며 목화의 연극을 새롭게 탄생시켜 오고 있다. 그렇게 경계를 허물며 목화가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용호상박' 무대는 확인시켜 준다.
용왕은 제물로 올려진 소머리를 포식하고, 어부들에게 30년 만에 고래떼를 선사한다. 일사불란한 춤으로 풍어에 감사하는 총각, 처자들의 몸짓에서 그들의 엄청난 연습량이 느껴진다.
'가장 한국적인 볼거리'로서의 연극을 지향하는 작∙연출가 오태석씨의 선택이다. 이 연극을 통해 그간 오씨가 보여줬던 산대놀이적 2차원의 세계는 그 경계를 허물고 3차원적인 굿의 세계로 확장된다.
이 연극은 2001년 초연 이래, 오태석씨가 연극적 전략의 시험대로서 계속 버전업해 오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전략적 주축은 생략과 비약 어법, 즉 우리 이야기 공간의 논리다.
"이 곳(극장)은 일상을 역전시키는 공간이니까요." 오씨의 답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극 속의 현실로 융해되는 것은 왜인가? "우리의 현실이 너무 강하게 깔려 있다 보니, 그쪽(현실)으로 자꾸만 흘러간다." 그렇게 행위자는 극중의 공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온갖 시청각 메커니즘으로 관객들에게 '과잉 친절'을 베푸는 무대가 범람하는 지금, 외려 '불친절'의 행로를 택한 극단 목화의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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