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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트로피를 뺏은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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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트로피를 뺏은 사나이

입력
2009.09.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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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84년 만에 US오픈 6연패를 노리고 있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1위ㆍ스위스)였다. 세트스코어 1-2로 밀린 4세트, 데뷔 4년차의 신예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6위ㆍ아르헨티나)는 페더러에게 3게임을 연달아 내주며 게임스코어에서도 4-5로 밀렸다.

그리고 맞은 자신의 서브게임. 페더러의 기세 앞에 델 포트로는 위축됐다. 실책이 이어졌고 15-40, 더블 매치포인트를 허용하고 말았다. US오픈에서 40경기를 내리 이긴 페더러가 또 하나의 승리를, 그리고 자신의 16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추가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경기는 이후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기적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델 포트로는 4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가져와 세트스코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미 3시간31분 동안 땀을 흘린 두 선수. 5세트는 스물 한 살의 청년 델 포트로가 주도했다.

페더러는 델 포트로의 기세에 5세트에만 더블폴트 3개 포함, 1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최종스코어는 3-2(3-6 7-6 4-6 7-6 6-2). 4시간6분에 걸친 혈투의 최종 승자는 델 포트로였다.

포트로는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테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이변의 드라마를 썼다. 포트로는 지난해 US오픈 8강, 올해 프랑스오픈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에 불과했다. 페더러와는 여섯 번 맞붙어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포트로는 1967년 기예르모 빌라스(아르헨티나) 이후 32년 만에 US오픈에서 우승한 남미 선수가 됐다. 포트로는 "이번 주 나는 US오픈 우승과 페더러처럼 되겠다는 두 가지 꿈을 꿨다. 이제 한 가지를 이루었지만 페더러처럼 되기 위해서 아직도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대회 결승에 20번 올라 15승5패의 높은 승률을 과시했던 페더러는 자신의 여섯 번째 메이저 결승 패배를 데뷔 4년차의 신예에게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페더러는 지난 7월 윔블던 결승에서도 앤디 로딕(5위ㆍ미국)에 고전 끝에 신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 US오픈에서도 체력의 열세를 드러냈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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