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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격리 병동 가보니…거점병원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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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격리 병동 가보니…거점병원이 더 무섭다

입력
2009.09.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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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입원환자 2명과 의료진 2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되는 등 병원내 감염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본보 취재 결과 서울의 주요 거점병원들 역시 병원내 감염에 대해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오후 신종플루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의 A대형병원. 이 병원 응급실 옆에 25인승 버스를 개조해 마련된 신종플루 환자 진료실 앞에는 5~6명의 환자 가운데 일부만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또 진료실 의료진 가운데 상당수도 손을 소독하는 등의 예방조치는 물론,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진료실과 본관을 드나들고 있었다. 진료실만 별도 공간에 마련했을 뿐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의료진을 통해 병원 내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12세 아들과 함께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유모(46·여)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의사들은 마스크도 없이 이곳 진료실과 병원 건물을 자유롭게 오가는 것 같아 괜히 병만 옮아 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면회객에 대한 통제 역시 형식에 그치고 있다. 이 병원 본관 1층 안내데스크에는 '신종플루 의심환자는 입원환자에 대한 면회를 제한한다'는 안내문만 있을 뿐, 면회객들은 고위험군인 임산부와 아동이 입원한 소아병동조차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돌아 다니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중구의 B대형병원 역시 응급실 옆에 컨테이너박스를 개조해 신종플루 진료실을 마련해 놓고 있었지만, 의사와 간호사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진료실과 본관 건물을 오갔다. 이 병원도 A병원처럼 병원의 의료진이 매개가 돼 입원환자는 물론, 다른 외래환자들에게 신종플루를 전파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종로구 C병원은 응급실 입구에 신종플루 환자용 진료실이 마련돼 있지만, 응급실을 오가는 환자들과 의료진들과 같은 출입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서울의 대부분 병원 응급실에서는 신종플루 의심환자와 다른 환자가 뒤섞인 채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밤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서대문구 D대형병원 응급실에는 마스크를 쓴 채 연신 기침을 하는 신종플루 의심 환자들과 응급환자를 따라온 보호자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칸막이도 없이 함께 모여 있었다. 더욱이 대부분 의사와 간호사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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