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서 재테크에 능하기로 소문난 중견 여가수 A씨.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서울 강남에서 대형 고깃집 체인점을 운영하는 B씨.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지난해 가을 강남 부유층 계모임의 파산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던 '다복회' 사건의 피해자라는 점이다. A씨와 B씨는 각각 수 억원을 날렸는데 당시 이 사건을 특종 보도한 본보 기자에 따르면 공식 피해자는 200여명, 피해액수는 300여억원으로 나왔지만 실제로 비공식적인 피해 규모는 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복회 사건은 초기에는 권력층 사모님과 유명 연예인의 연루 가능성이 확대 보도되면서 우리 사회 상류층의 허영심 때문에 빚어진 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그 속내가 드러나면서 피라미드 금융 사기극에 불과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권력층ㆍ연예인과의 연줄을 과시하는 한편, 최고 연 50% 수익률을 약속하는 계주 윤모씨에게 서울 강남에서 행세께나 하는 사람 수백명이 속아 넘어가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한 피해자는 "연 50%를 준다는 말에 제정신을 잃은 것 같다"며 "돌이켜보면 시중 금리가 연 5% 내외인 상황에서 그런 터무니없는 약속을 믿은 내가 바보"라고 말했다.
다복회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종 종착점은 '쪽박'일 수밖에 없는 터무니없는 '대박' 추구 심리가 증시 투자자들 사이에 여전하기 때문이다. 주가 지수가 높아지면서 최근 기자에게 "증시가 뜬다는데 괜찮은 종목을 찍어달라"고 성화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는데, 이들에게 '곡괭이 투자'(본보 9월1일자 23면)를 권하면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그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한방에 대박 나는 거 없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한 달에 3, 4배는 올라야 주식투자 할 맛이 난다"는 경우도 있다.
아직도 대박을 노리는 이들의 꿈을 깨기 위해 워렌 버핏의 사례를 통해 인간 투자 수익률의 한계가 연 25% 내외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알다시피 워렌 버핏이라는 미국인은 '오마하의 현인'으로 통하며, 주식투자에 관한 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또 그가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주식에 투자해 거액을 모은 사람이 미국에만 수 천명에 달한다. 워렌 버핏을 신봉하는 한 투자자는 40년 동안 재산을 4,000배나 불렸다.
그렇다면 40년간 4,000배의 수익률을 내려면 매월 평균 몇 %의 수익률을 내야 할까. 계산의 편의를 위해 매월 같은 수익률을 내고 모두 복리로 재투자한다고 가정할 경우 정답은 1.75%(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23.1%)다.
월 1.75%. 한 달에 300~400%를 원하는 대박 투자자들에게는 하찮은 수익률이지만, 당대에 워렌 버핏을 능가하는 투자자가 없다면 인간의 합리성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익률의 한계는 월 1.75%로 볼 수있다. 눈 앞에 보이는 1% 수익률도 챙기는 것. 그것이 바로 투자에 성공하는 길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