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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빈곤 아동과 교육 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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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빈곤 아동과 교육 안전망

입력
2009.09.1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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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규범과 가치를 습득하는 과정을 사회화라고 한다. 여기엔 공간적인 의미에서 거리의 사회화와 안방의 사회화라는 두 유형이 있다. 앞의 것은 거리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사회화하는 방식이고, 뒤의 것은 부모가 의도적으로 외부의 영향을 가급적 통제하는 사회화 방식이다. 거리의 사회화는 대체로 전통적 사회의 특징이지만, 오늘날 빈곤층 자녀들에게도 흔한 유형이다.

사회 구조적 악순환 초래

어떤 방식의 사회화가 아동 발달에 더 바람직한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가정 배경에 따라 아동의 삶이 달리 진행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서민층이 모여 사는 곳에서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각종 안전사고와 치명적인 교통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게 희생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상처와 장애를 숙명으로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단순히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빈곤 아동들이 고통 받는다면, 건설 정책으로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빈곤계층 아이들이 주거환경뿐 아니라 식사 섭취와 신체적 발육, 건강상태, 친구관계, 학교생활, 문화적 경험,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등에서도 총체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구조적인 악순환에 놓여 있다.

올해 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지속되면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절대빈곤층이 총인구의 14.48%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 계층에게 현재의 경제정책의 주된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이나 출구전략은 먼 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나눔의 집>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선 선생이 <교육비평> 에 발표한 빈곤아동 실상을 읽으면 슬픔과 한숨을 짓게 한다.

우선 빈곤 아동들은 부모로부터 학교 교육의 뒷받침을 기대할 수 없다. 사교육 열풍 속에도 학원 교육은 사치에 속한다. 부모가 학교 숙제를 챙겨줄 여력도 없다. 초등학생의 '알림장'이 제 구실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빈곤 청소년들은 노동 조건이 열악한 아르바이트에 매달린다. 이들이 접근 가능한 무료 사교육은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복지관의 방과후 교실이 전부다. 그나마 이들 시설은 각종 복지예산 삭감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빈곤 아동 및 청소년들은 학교 교육에서 학습부진아가 될 수밖에 없다. 잦은 결석과 열악한 뒷받침은 자연스럽게 이들을 학업유예 상황으로 내몬다. 학교도 이들에게 교육적 배려를 하지 않고 강제로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실정이다. 이러한 행태는 오늘날 학교 교육에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교육적 책무성의 상실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직접적으로는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최근의 교육정책의 결과이다.

그래서 빈곤가정의 학업유예 청소년들은 학업을 중단한 채 각종 비행(非行)을 저지르고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된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은 우울증을 비롯한 심각한 심리적 장애와 충동조절 실패도 겪고 있다.

통합적 지원체계 마련을

그러나 학교 상담이나 외부 심리치료기관의 협조와 같은 교육적 대책은 그다지 잘 작동되지 않는다. 문제의 심각성은 자라나는 이들의 영혼이 피폐해지는 것이다.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화 환경은 이들에겐 거의 없다.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뒤떨어진 베네수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음악을 배울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빈곤 아동에 대한 국가 차원의 문화적 배려가 아쉽다. 학습, 정서, 미래 진로 등을 고려한 빈곤 아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빈곤층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돌봄을 배려하는 통합적 지원체계와 시스템을 마련하기 바란다. 이는 우리의 미래 공동체 전체의 안전망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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