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올림픽'이라 불린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가 시작된 지난 10일 밤 제주 특별자치도문예회관. 공연장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전통의상 차림의 해외 참가자들과 단체복을 맞춰 입은 자원봉사자 외에, 일반 관객은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그리 놀랍진 않았다. 행사의 부실은 이미 예견됐기 때문이다. 국제델픽위원회와 한국위원회, 제주도 간의 마찰로 지난해까지 조직위원회도 구성되지 못했다. 제주는 2006년 말 인도 뉴델리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개최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대회를 넉 달 앞둔 지난 5월까지 참가 의사를 밝힌 나라는 10개국에 불과했다. 외국 유명 축제의 경우 1년 전에 80~90% 이상의 프로그램이 확정되는 것과는 비교가 될 수 없었다.
그나마 40개국 1,500여명 참여라는 구색은 갖췄지만, 급조된 대회는 내내 문제점을 쏟아냈다. 예산이 국비, 도비 등 51억원이나 들었다는데 각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구성된 마에스트로단은 이동수단조차 지원받지 못했으며, 즉흥무용 금메달리스트 아마드 조세인(레바논) 등 참가자들은 식사마저 자비로 해결해야 했다.
외국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다시는 '제주'나 '한국'이 붙은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결국 행사는 폐막식을 하루 앞당겨 14일 치르고 허겁지겁 끝나고 말았다.
대회 한 관계자는 "신종 플루 때문에 관람객 유치가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그게 3년이나행사를 준비했다는 주최측이 할 말인가. 너무나 무책임하다.
다른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남부끄러우니 델픽이라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강국? 하나 궁금한 게 있기는 하다. 주최측이 집계하지도 않았다는, 문화올림픽의 관람객 수는 과연 몇 명이었을까.
김혜경 문화부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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