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1년은 세계인의 가치체계와 삶의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돈의 '가치(value)'를 중시하는 경향은 주목할 만 하다. 뉴욕타임스는 "1930년대 대공황은 절약 정신만을 불어넣었지만 현재의 침체는 절약뿐 아니라 가치 중심적인 소비로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 공정무역, 환경, 유기농 등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높아졌다. 텃밭 가꾸기 열풍 역시 단순히 절약 차원이 아니라 환경과 식품 안전을 동시에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은 탐욕적인 월가에 대한 회의에서 찾을 수 있다. 미 시장조사 기관인 ITG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바버라는 "허머(고급 지프)를 타도 예전처럼 멋지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규범 자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근 일고 있는 슬로머니 운동도 돈의 가치에 대한 각성의 결과로, 단기 이익을 내는 투기성 상품보다는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는 회사에 투자해 이익을 내자는 것이다. 이 운동을 시작한 우디 다시는 비즈니스위크에 "고객의 투자금이 언제 어떻게 투자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의 가치는 떨어져,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 은퇴하지 못하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은 심각하다. 미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62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이 경기 침체 때문에 퇴직을 늦췄다고 답했다.
퇴직 인구가 줄면 젊은이들에게 돌아갈 신규 일자리 수는 더 감소할 수밖에 없다. 2009년 7월 현재 미국 내 16~24세 사이 인구의 실업률은 18.5%로 1948년 이래 동월 대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에서도 18~24세 청년 6명 중 한 명이 실업 상태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11일"청년 실업은 다음 세대의 가치관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파올라 쥴리아노 등은 최근 연구에서 젊은 시절 경기 침체를 경험한 이들은 노력보다 운이 성공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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