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 경제를 강타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국내 산업계는 '최악'에서 벗어났지만, '정상'으로 복귀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산업현장 곳곳에서는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경기급랭으로 수출길이 막히고 물동량이 줄었지만, 원가 절감과 기술력 향상, 공격적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 기업은 현대ㆍ기아차. 경기침체로 전세계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붕괴 수준까지 갔을 때 현대ㆍ기아차는 약진 기회를 잡았다.
현대ㆍ기아차의 지난달 미국시장 점유율은 8.0%로, 작년 8월(5.3%)보다 크게 상승했다.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크라이슬러를 제치고 월간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판매가 늘었다. 경쟁사들의 판매량이 20~30% 급감하고 인력을 줄이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미국뿐만 아니라, 이달 준공식을 갖는 체코는 물론 중국과 남미에서도 현지생산을 늘리면서 공격적 마케팅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코가 작년 말 창사 40년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감산에 돌입하고, 분기 영업이익은 평소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대형 인수ㆍ합병(M&A)를 통해 덩치를 키워온 아르셀로 미탈 등 글로벌 기업이 계열기업을 되팔고, 인력을 대규모 감원한 것에 비하면 충격은 크지 않았다.
포스코는 오히려 그간 유지해 온 혁신적인 원가절감과 경쟁력 확보를 통해 올해 국내외에서 최대 6조원 규모를 투자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무려 5조8,000억원을 투입해 내년 일관제철소 가동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는 만큼, 투자 확대의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업계의 경쟁력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하며 한층 더 강화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자율 출근제와 복장 자율화, 휴가 권장 등을 통해 격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혁신활동을 진행했다. 또 올해 초 스피드 경영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 각 사업부간 시너지 창출 효과를 극대화시킨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7,400억원(연결기준)의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을 올 2분기엔 2조5,200억원의 흑자로 반전시켰다.
경기침체에도 불구,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LG전자 역시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불황이지만 고객의 숨은 욕구를 찾아내려는 '인사이트 전략'을 구사하면서 연구개발(R&D)과 디자인, 마케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린 덕분에 수익성 향상이란 결과가 뒤따랐다.
LG전자는 또 위기의식 강화를 통해 올해 3조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둔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격차는 향후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때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항상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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