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동성애, 가족, 코미디.
17일 개봉하는 스페인 영화 '싼타렐라 패밀리'는 이 모든 것을 맛있게 버무린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다. 재치있는 유머, 엉뚱하면서 귀여운 인물들, 발랄하고 활기찬 분위기에 즐겁게 웃을 수 있다.
마드리드에서 레스토랑 '싼타렐라'를 운영하는 요리사 막시는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다. 레스토랑이 적자라 고민이긴 해도 만사 즐겁게 살던 그의 삶에 변고가 생긴 것은 10년간 팽개쳤던 아들과 딸이 나타나면서부터. 게이라는 사실을 감추려고 결혼했다가 집을 뛰쳐나와 혼자 잘 살아왔는데, 이혼한 전 아내가 병으로 죽으면서 아이들을 맡긴 것이다. 자유분방하고 무책임하기조차 한 막시가 갑자기 아빠 노릇을 하려니 쉬울 리가 없다.
열다섯 살 아들은 게이 아빠를 노골적으로 싫어하고, 다섯 살 딸은 밤마다 동화책 읽어달라고 성화다. 마침 옆집에 이사온 전직 축구선수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것도 우여곡절 소동의 연속이다. 그 와중에 싼타렐라도 살려야 하는데, 뜻대로 되는 일은 없고 뒤죽박죽 꼬이기만 한다.
이 영화는 따뜻한 가족 코미디다. 막시와 그의 게이 연인, 두 아이들이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곡절은 많지만 흐뭇하고 사랑스럽다. 싼타렐라의 수다스럽고 분주한 주방 풍경도 즐거운 눈요깃거리다. 배우들은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로 웃음을 선사한다.
주인공 막시 역의 하비에라 카마라, 막시의 레스토랑 직원이자 오랜 친구인 알렉스 역의 롤라 두에냐스는 스페인의 명배우이고, 눈치없는 푼수에다 사고뭉치 직원인 라미로 역의 페르난도 테헤로는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배역마다 개성이 강하게 살아있어 화려한 팔레트를 보는 듯하다.
감독 나초 G. 베일라. 15세 관람 가. 17일 개봉.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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