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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 1년/ 위기 극복 안됐는데… 고개드는 '못된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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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위기 1년/ 위기 극복 안됐는데… 고개드는 '못된 관행'

입력
2009.09.1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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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ATM 기로 달려가서 돈을 찾아. 뽑을 수 있는 한 최대로." 채권 투자업체 핌코의 CEO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당시 자신도 다급하게 아내에게 현금을 확보해두라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대 채권 투자업체의 경영자도 몸을 사렸던 금융 위기가 세계를 강타한지 1년. 미국 다우지수가 1만선에 근접하는 등 금융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자 월가의 못된 관행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상위 5개 은행이 직원 보수를 위해 유보한 자금은 610억달러로 1년 전(650억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JP모건도 올 상반기 임직원용 성과급으로 지난해보다 22% 오른 145억달러를 책정했고 골드만삭스도 핵심 임직원들에게 기록적인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다. 씨티그룹의 한 대표 트레이더는 연봉으로 총 1억달러를 요구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영국 금융권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도 고액 보너스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14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연봉순위 톱 10의 다국적 기업 CEO들은 금융 위기가 강타한 지난해 1억7,000만파운드(약 3,45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억 4,000만파운드에 비해서도 껑충 뛰었고, 5년전 7,000만파운드에 비해서도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주에는 은행원 72명이 독일 투자은행을 상대로 총 3,300만유로 규모의 미지급 보너스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영국 법원에 접수된 보너스 청구 소송 중 최대 규모다.

한편 한탕을 노리는 금융가들의 행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전 임원이었던 두준은 내부자 거래 등을 통해 중국 국영기업 씨틱리소시스의 주식을 사들여 400만달러가 넘는 이익을 챙긴 혐의로 홍콩 법원에서 최근 유죄판결을 받았다. 홍콩 법원은 "모건스탠리가 내부 감사를 부적절하게 구성해 두준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준 자료들이 대단히 놀랄만한 수준"이라며 비도덕적인 행태를 비판했다.

경제위기를 부른 주범으로 불명예 퇴진한 월가의 CEO들도 속속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리차드 풀드 전 리먼브라더스 CEO는 3월 직원 3명을 둔 금융자문회사 매트릭스 어드바이저스를 설립해 재기를 모색 중이다. 미 정부의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은 씨티그룹 찰스 프린스 전 회장도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라는 컨설팅업체에서 투자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금융위기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13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은행들의 '대마불사'가 더 뚜렷해졌다"며 엄청난 공적자입 투입에도 미국 대형 은행들의 부실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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