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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곳서 동시에 개인전 화가 이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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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곳서 동시에 개인전 화가 이두식

입력
2009.09.1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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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두식(62ㆍ홍익대 교수)씨의 강렬한 오방색 그림이 중국인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6일부터 중국 베이징 다산쯔 798 예술특구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사이드 북경'에서 그의 개인전(10월 9일까지)이 열리고 있고, 11일에는 베이징의 유명 미술관인 금일미술관에서 개인전(22일까지)이 막을 올렸다.

특히 금일미술관 전시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중국관 커미셔너인 저우리 베이징 중앙미술학원 교수가 기획한 초대전으로, 이씨가 여름 내내 베이징의 작업실에 틀어박혀 그린 대형 신작들로 꾸며졌다.

금일미술관 오프닝에서 만난 이씨는 눈에 띄게 살이 빠지고 수염까지 덥수룩한 모습이었다. 그는 "본격적인 중국 데뷔 무대인 만큼 면도는커녕, 손톱 발톱도 못깎고 작업에 매달렸다.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많았다"며 웃었다.

금일미술관은 중국 미술계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은 물론 한국에서 그의 오프닝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온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연극연출가 손진책, 소설가 김정현, 노재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이열 홍익대 교수 등도 전시장을 찾았다. 저우리 교수는 "동양 철학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이씨의 그림은 추상미술의 근원이 동양에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번 전시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작품이 중국에 알려진 것은 2003년 베이징 비엔날레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이후 베이징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상하이시 정부가 그에게 10년간 아틀리에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아틀리에 옆방은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세계적 작곡가 탄둔의 작업실이라고 한다. 이씨는 중국에서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세계 미술시장을 강타했던 중국적 팝아트에 식상해지면서 최근 추상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면서 "그런 중에 나의 동양적 추상이 눈에 띈 것 같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감회에 젖어 옛일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경북 영주의 사진관집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생 때부터 사진 원판 수정 작업을 하며 "콧대도 세우고 곰보도 고치던" 일, 대학원 시절 갓 태어난 아들이 폐렴에 걸렸을 때 입원비 3만원이 없어 소위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는 수출용 풍경화를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일…. 그는 "생계를 위해 7년이나 이발소 그림을 그렸지만, 작품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기에 부끄럽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그의 그림 중 몇몇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잔칫날'이라는 테마로 지난 20년간 일관되게 화려한 색채와 강렬한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왔던 그가 흑백에 가까울 만큼 톤이 가라앉은 작품을 함께 선보인 것이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같은 스타일을 고수한 것에 대해 솔직히 반성도 했다"며 "베이징 전시를 앞두고 이제는 바꿀 시점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색깔을 빼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글·사진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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